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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온양읍 옹기종기 남창시장 앞에는 남창천이 흐른다. 또 남창천은 옆으로 동상들이 넓게 펼쳐져 있어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터에 어느 지역보다 건강한 자연생태를 유지하고 있는 생태하천이다. 제비를 비롯해 많은 종류의 여름새들이 돌아와 이 곳 남창천과 동상들 일대에서 번식하고 있다. 남창천은 아래로 다시 회야강과 합류해 바다에 이른다.


이 곳 합수부는 기수역으로 바닷물과 강물이 어우러져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많고 생태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매년 회귀성 어류인 황어와 은어가 봄이면 어김없이 이곳으로 올라온다. 은어는 봄철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와 가을까지 성장하고 성체가 되면 다시 산란을 위해 바다로 돌아간다. 한편 황어는 바다에서 성장해 봄철 강에서 산란을 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생태적 습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말, 바다에서 회귀한 수천마리의 황어가 산란을 위해 남창천을 거슬러 올라왔다가 집단폐사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같은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황어가 왜 죽었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류생태 전문가들의 의견은 농약과 같은 독극물에 의한 사인이 아닌 경우 대부분 어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재 남창천 남창시장 인근에는 황어와 은어, 피라미, 왕종개, 밀어, 검정망둑 등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유난히 황어만 죽어가고 있다. 


봄철, 바다에서 돌아와 산란을 앞 둔 황어는 자갈과 모래가 많은 상류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상류로 올라가는 황어가 퇴적물이 쌓여 있는 어도를 넘지 못하고 결국 스트레스로 집단폐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창천에 회귀한 은어는 가을까지 자라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면 되지만, 산란을 위해 돌아온 황어는 생태적 습성상 어도를 오르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남창시장 수중보에서 모두 죽어가고 있다.   


생태도시를 지향하고 생물다양성을 강조하는 요즘, 남창천에서 황어가 산란을 하지 못해 집단폐사 했다는 점은 울산의 하천관리 정책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황어가 남창천 첫 번째 수중보를 통과해도 다음 단계의 난관들이 또 기다리고 있다. 상류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여러 수중보가 있고 또 어도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모두 퇴적물로 쌓여 있고, 또 어떤 어도는 처음부터 잘못 설치되어 있는 곳도 있다. 결국 황어는 남창시장 아래 수중보 아래에서 머물다 모두 죽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 남창천에서 다시 황어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황어 수천마리가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하게 여길 일이 절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일이 황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창천에서 살아가는 모든 물고기와 새들과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시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결국 생태적 복지는 자연을 위한 것이기 보다 사람을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남창천의 어도를 즉각 개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두고 하천관리와 자연환경 담당이 서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1년의 시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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