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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 이상하죠? 자기 것인데 자기도 모른대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은 오죽하겠어요. 쭉쭉 늘어났다 줄어드는 고무줄도 아니고, 작은 컵에 담으면 담기는가 싶다가도, 거대한 우주처럼 커지다가 구슬보다 작아지기도 하니 말이에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것을 동시집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에서 안진영 시인은 청소를 한대요. 그러면 맨바닥이 보인다고 하네요. 그건 무엇일까요?

빗자루로/먼지를/슥슥 쓸어 내고//걸레로/쓱쓱/얼룩을 닦아 내면//바닥이 보인다//맨바닥이다//처음 그대로다
쉽게 쓱 읽어버리면 청소하는구나 싶지만, 시인은 어디를 청소한 것일까요?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난 먼지 많은 교실? 집? 그건 바로 마음이랍니다. 마음을 제목으로 두고 천천히 새기면서 다시 읽어 보면 나의 여러 가지 감정들과 만납니다. 깨끗하게 청소되지 않은 마음을 쓱쓱 빗자루와 걸레로 얼룩을 닦아내니 맨바닥이 맨마음으로 보이려 하지만, 좀처럼 맨마음과 만나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손톱 위에 붙어 있으면 다듬어주기라고 할 텐데 말이죠. 맨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숙제를 주는 시인은 언제나 마음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지요. 그 마음이 동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달팽이

당근을 먹으면 당근 빛 똥
배추를 먹으면 배추 빛 똥

사람들은 달팽이가
무얼 먹었는지 금세 알아차립니다

도대체가 달팽이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가 제가 한 일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 달팽이는 단 한 번이라도
거짓말을 하고 싶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제가 한 일을
숨기고 싶습니다

그래, 달팽이는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서
배추 잎 끝에
똥을 삐질삐질 싸 놓고
이파리 뒤에 숨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꾸물꾸물 기어가서
숨어 버렸습니다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자기가 한 일을 숨기려고 이파리 뒤에 숨어버린 달팽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지요. 아무리 숨어도 착한 마음과 거짓말을 못해 금방 들켜버리는 달팽이, 바로 시인의 마음도 들켜버렸네요.

집을 나서기 전에/거울을 봅니다//이마에 흉이 있습니다//다른 사람 흉보기 전에/내 흉 먼저 보고 집을 나섭니다

제목이 흉터입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거울을 보는 까닭이 내 흉을 먼저 보기 위함이니 반성, 자기 성찰이 한껏 묻어있는 동시들, 깊은 초록 빛 같이 느껴지는 안진영 시인의 동시와 함께 다가오는 유월을 물들여 보는 건 어떨까요.
 아동문학가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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