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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폐선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동해남부선 폐선부지의 활용을 두고 울산 북구는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울산의 폐선부지 활용을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하다. 폐선부지 자체로도 엄청난 근대문화유산이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관광 콘텐츠 확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울산의 폐선부지 문제는 앞으로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라 추억으로 남게 된 동해남부선 철길이다. 동해남부선 복선구산은 울산~포항(2020년 개통 예정) 구간과 울산~부산(2021년 예정) 구간으로 나눠 공사하고 있다. 이 두 노선은 향후 연계돼 부산∼울산∼경주∼포항 구간을 잇게 된다. 이로 인해 울산지역 동해남부선 폐철도 부지는 전체 연장 25㎞(울주군 12.9㎞, 북구 12.1㎞)에 면적은 76만 2,719㎡(울주군 42만 4,405㎡, 북구 33만 8,314㎡)에 달한다. 엄청난 공간이 확보되는 셈이다.

폐선부지 활용사례는 이미 부산과 포항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는 달맞이 고개를 중심으로 멋진 걷기 코스가 조성돼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부산시민들 만이 아니라 이제는 전국적으로 걷고 싶은 길이 됐다. 바로 이 길 아래쪽에 미포에서 송정까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폐선로를 그대로 둔 이 길은 바다를 보고 걸으며 카페와 사진 촬영 명소가 곳곳에 나타나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울산 북구청은 폐선부지 활용과 관련해 최근 포항을 다녀왔다. 포항시가 철길 폐선부지를 '철길 숲'으로 활용한 사례를 답사했다. 철길 숲은 포항시 남구 효자역에서 (구)포항역을 거쳐 북구 우현동 (구)미군저유소에 이르는 6.6㎞ 구간으로, 100여 년간 철도로 사용되다 KTX 포항역 이전으로 폐선된 부지가 도심 숲길로 재탄생했다. 포항시는 폐선 부지 활용을 위해 수십 번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지난 4년간 총 25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철길 숲을 조성했다.

울산 북구는 오는 2021년 3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개통에 따른 구철도 폐선부지 구간에 대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구상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미 T/F팀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울산시가 폐철도 부지의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한 달간 울산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북구의 경우 경주시계~호계역 구간은 주차장, 체육공원을, 호계역은 호계시장, 문화공간, 공영주차장 조성을 주문하는 의견이 많았다. 또 호계역~효문역 구간은 근린공원과 공공용지, 도로 등을, 효문역은 문화·복지시설, 공영주차장, 울산교통연수원 건립 등을 건의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울산을 통과하는 동해남부선 철도 폐선 부지의 활용 방안은 아직 미완의 단계에 있다. 그만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울산 북구가 가진 역사 문화의 자산이다. 지난주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구) 초청으로 울산 북구를 찾았다. 정 청장은 북구의 신흥사와 기박산성, 달천철장을 답사하고 문화유산 보존 방안에 대해 북구 관계자와 여러 가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정 청장은 이 의원과 이동권 울산 북구청장, 이명훈 기박산성 임란 의병 추모사업회 연구위원, 김준현 향토문화연구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먼저 신흥사와 기박산성 일대를 시찰한 뒤 달천철장을 둘러봤다. 

신흥사는 635년(선덕여왕) 창건되어 임진왜란(1592년) 때 승군과 의병 연합해 왜적을 물리친 호국사찰이다. 당시 기박산성에 주둔하던 의병과 관군에게 식량을 조달하기도 하고 의병과 승병 훈련 장소도 제공했다. 지운(智雲) 스님은 승병 100여 명을 이끌고 의병에 가세했고, 절 양식 300여 석을 군량미로 보급했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작성된 '제월당실기(霽月堂實紀)'에는 1592년 4월 21일 300명이 기박산성에 모여 의병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 의병의 발생지이자 호국의 역사적인 현장이다. 특히 북구의 기령 소공원에서 매년 기박산성 의병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달천철장 역시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 철기문화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주는 장소로 특별한 고나리가 필요하다. 정 청장은 울산지역 문화유산 보전과 관리, 그리고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문화재청도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화답을 했다. 바로 이 지점에 폐선부지 활용의 답이 있다. 신흥사와 기박산성, 철장과 관문성, 박상진 호수공원과 정자, 당사항 등 울산 북구에 산재한 역사문화적 콘텐츠는 페선부지의 주요 콘텐츠다. 이를 용도폐기된 철길과 연계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지게 하는 일이 폐선부지 활용이다. 울산 북구가 가진 무궁무진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해 주길 간곡하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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