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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상자를 열어 본 적 있나요? 글쎄, 첫말과 첫말을 이어서 연대요. 낯선 첫말 잇기에 재미없을 것 같아 '피이'하고 무관심 하려는데 '나에게 흠뻑 빠질걸'하며 분홍색 오이가 냉장고에서 오싹오싹 떨며 말해요. 상상과 상자가 만나 벌써 첫말 잇기를 시작한 거예요.

# 상상 상자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 한 모기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타조보다 빠른 나무늘보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지네 발이 달린 뱀이 나와, 무섭지?
상상 상자를 열면 일등을 하는 나도 나와, 진짜 놀랍지

일등을 하는 나를 위해 상상 상자를 계속 열어보고 싶은 '첫말 잇기 동시집'은 박성우 시인의 동시집입니다. 우리말 사전과 유머 사전을 꼭꼭 씹어 먹은 것 같은 시인은 언어 술사 같지요.

# 달-달걀

달로 달걀 프라이를 해/달로 달걀 프라이를 해/달로 달걀 프라이를 해서//생쥐 백 마리가 나눠 먹어/생쥐 천 마리가 나눠 먹어/생쥐 만 마리가 나눠 먹어//달 달걀 프라이를 먹는 생쥐 눈이 이백 개/달 달걀 프라이를 먹는 생쥐 눈이 이천 개/달 달걀 프라이를 먹는 생쥐 눈이 이만 개//달, 달걀, 달걀귀신이 나와도/생쥐들은 끔쩍 않고 달 달걀 프라이를 먹어!

상상 상자를 열어둔 채 깜빡 잠이 든 밤, 달그닥 거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창문 열고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첫말 잇기 상자에서 우르르 몰려나온 생쥐들이 달까지 달려가 달싹 달라붙어 있습니다. 키득키득 모여 달로 달걀 프라이를 해 먹고 있습니다. 시인은 빨리 휙휙휙휙 재주를 넘어 달을 구하러 밤하늘 위로 붕붕 날아 올랐대요. 달을 구해 낼 수 있을까요?

# 바나나-바느질

아동문학가 권도형
아동문학가 권도형

미끌미끌한/바나나 껍질을/바느질로 이어서/미끄럼틀을 만들고 있어/엄청 미끄럽겠지/그치?//근데 말이야/바나나 바느질을 하다가/바늘을 스무 개나/잃어버려서/엉덩이가 좀 걱정되긴 해!

아무리 좋아하는 미끄럼틀이여도 엉덩이가 바늘에 찔릴까 봐 걱정이 엄청 됩니다.
그래도 바나나로 만든 미끄럼틀을 한 번 타 보고 싶네요
시인의 말처럼 우리도 상상 상자를 열어 놓고 단어를 연결하면 달에서 토끼가 아닌 생쥐를 만날 수도 있을까요?
 아동문학가 권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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