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선]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시인의 詩선]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 울산신문
  • 승인 2019.07.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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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최금진

혓바닥으로 붉은 장미를 피워 물고
조심조심 담장을 걷는
언어는 고양이
깨진 유리병들이 거꾸로 박힌 채
날 선 혓바닥을 내미는 담장에서
줄장미는
시뻘건 문장을 완성한다
경사진 지붕을 타 넘으면
세상이 금세 빗면을 따라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사람은 잔인하고 간사한 영물
만약 저들이 쳐놓은 포획 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구름으로 변장하여 빠져나올 것이다
인생무상보다
더 쉽고 허무한 비유는 없으니
이 어둠을 넘어가면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달덩이가 있다
거기에 몸에 꼭 맞는 둥지도 있다
인간에게 최초로 달을 선사한 건 고양이
비유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흰 접시 위에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 올려놓는다
언어는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하늘로 달아나고
마을은 접시처럼 환하다
가장 높은 지붕 위엔 고양이 한 마리
발톱의 가시로 달덩이를 희롱하고
입으로는 붉은 장미꽃들을 활짝 피워낸다
야옹, 나는 장미다

△최금진 : 충북 제천 출생. 199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1년 '창작과비평' 신인시인상 수상. 시집으로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산문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 등. 2008년 제1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동국대, 한양대 등 출강.
 

박성규 시인
박성규 시인

왼쪽 앞다리 한마디를 부상을 당해 절뚝거리던 길냥이가 우리 집에 들어 산지도 삼년이 넘었다. 처음 집에 왔을 때부터 수상했던 녀석이 아직도 수상하다. 거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니 고양이가 집안을 기웃거리지 않는가.

몰골을 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생김새의 고양이라 검색해보니 샴고양이였다. 처음에는 배가 고파 그런 줄 알고 찬밥 한 숟갈을 퍼 주었더니 먹긴 먹는데 어느 집에서 키웠던 고양이라 그런지 먹는 모습이 신통찮았지만 먹고도 떠나질 않고 있어 며칠 후 작은 포대의 사료를 사다 주었더니 그제야 주린 배를 실컷 채우질 않는가?
문제는 그 후 부터다. 떠날 생각은 않고 눌러 살 작정인지 문만 열고 나가면 절뚝거리며 다가와 머리를 디밀고 몸을 부비거나 벌렁 누워서 뒹구는 것이 아닌가.
쫓아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키우기로 작정을 하며 지금까지 식구인양 데리고 있는데 그 사이 세 번이나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육아는 정말 열심히 한다. 한 달쯤 전에 낳은 새끼들이 젖을 뗄 시기인데도 계속 드러누워 육아에 힘쓴다.
자식을 위한 모정 때문에 더 이상은 후쳐낼 생각 없이 키우겠지만 대체 저 녀석의 나이도 모른다. 얼굴이 새까맣다고 해서 이름도 연탄이라 지었다. 연탄이의 육아일기를 쓰진 못하지만 머릿속에 남아 있던 기억을 추스르면 한 권의 시집이 탄생할 지도 모르겠다. 육아를 마치고 나서 장미 한 송이 물고 와 내게 가져다줄까? 기다림이란 늘 배고픈 것.  박성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