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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분기 소폭 회복 조짐을 보였던 울산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경기 전망이 3분기 들어 급전직하하며 1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이 산업 전방위로 확산해 장기화할 게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지역기업 경기가 '시계(視界) 제로'로 내몰리고 있다.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가 지역 내 15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9년도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보다 10p하락한 79로 집계됐다.
 

이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 저성장에 따른 수요 둔화 등 여러가지 대내외적 요인이 예상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조사표 집계 이후 발생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 리스트 제외 가능성과 수출 관리 운영조치 발표에 따른 일본 수출규제가 반도체 뿐 만 아니라 정밀기계, 공작기계와 관련 부품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주요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58)는 전 분기 대비 34p나 급락했다. 여기에는 최근 북미, 유럽지역 SUV 차량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판매부진 등 대외여건 악화가 작용했다. 또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 자율주행차로 이동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체감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간의 자동차 무역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관세부과 리스크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현대차가 SUV 전략차종 확대를 통한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과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에 따른 내수판매 기대감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유·석유화학(87)은 수출 물량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업황부진이 이어지는 바람에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하락과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수출단가 급락과 국제유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다행히 무역분쟁, 북미 제품의 아시아 역내 유입 증가에도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 및 인도 등 신흥국 수요 증가가 수출을 회복세로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에틸렌 등 석화제품 생산설비를 도입해 새로운 이윤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사우디 아람코의 국내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지역 체감 경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107)의 경우는 글로벌 LNG 수요와 셰일가스 수출 증가 등으로 인한 LNG 물동량 증가로 국내 조선사의 LNG선 수주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 황산화물 규제 강화도 수요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부의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 추가 연장 등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이 감소하는 등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 업체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과반 수 이상의 기업들이 '목표치 미달(58%)'이라고 답했고, 목표치 미달의 주요 원인으로는 '내수침체 장기화(57%)'가 주된 요인으로 꼽혔으며 '고용환경 변화(12%)' '기업관련 규제(10%)' '미중 통상분쟁 심화(10%)'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또 현재 당면한 경영 애로사항으로는 '국내외 경기둔화 등 매출(수출) 부진(4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임금상승 등 비용부담 증가(26%)' '자금 확보의 어려움(9%)'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9%)'등이 뒤를 이었다.
2분기 대비 3분기 자금조달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불변(63%)'이라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악화(32%)'를 예상하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판매부진 등 경영환경 악화(56%)' '영업이익 감소 등 수익성 저하(33%)'를 들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에 대한 질문에 '없다(68%)'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그 이유로'현재 인력으로도 충분(36%)' '국내외 경기전망 악화(29%)'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24%)'이 꼽혀 어려운 경영이 채용여건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수치(2.6~2.7%)보다 0.2%p 낮은 2.4~2.5%로 변경하면서 하반기에도 대내외 불안요소들의 확산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기업은 물론 관련 기관들의 다양한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기업체가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며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음을 의미하고 100보다 높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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