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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인수와 관련한 최대 관문으로 꼽히는 일본 측의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사전 절차가 시작됐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된데다 일본 측이 최대 경쟁국인 한국의 초대형 조선사 탄생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쉽지 않은 진행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 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과 관련해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에 상담수속을 개시했다고 4일 밝혔다. 상담 수속은 본 신청을 앞두고 진행되는 절차로, 일본 측의 심사를 위한 본 신청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라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입장이다. 

# 일본도 자국 조선소 8개 합병 전례있어
업계에서는 일본이 지난해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일본 조선산업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한 상태인 만큼,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13일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이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상선의 구입, 판매, 마케팅, 생산, 개발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실제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 6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공정당국이 (기업결합을) 그냥 지켜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경쟁국 심사승인 거부 명분없단 지적도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30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일본 당국의 공정한 심사를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일본이 한국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양국의 통상 관계가 험악해진 환경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하고 있다. 한일갈등은 최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까지 이어지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도 이마바리 조선소가 자국의 8개 중소 조선소를 인수해 규모를 키운 바 있어 공정취인위원회가 승인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각 경쟁 당국의 기준에 따라 모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긴밀히 협조해 기업결합심사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처음 제출했으며 같은 달 22일 해외 경쟁 당국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신고한 바 있다. 유럽연합(EU)과는 4월부터 사전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15일 카자흐스탄, 이달 2일 싱가포르에 신청서를 제출해 현재 모두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모두 통과되면 한국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상호 보유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대우조선 인수 절차를 마무리 짓게 된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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