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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문학과지성사·344쪽    은희경 작가가 7년 만에 내어놓는 장편 소설. 주인공 '나'가 죽마지우의 작품을 읽으며 1977년 여대 기숙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뼈대다.
 신입생 기숙사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1977년을 묘사하나 이들 캐릭터의 보편성은 현재도 유효하다.
 남의 허물을 지적하면서도 예외 없이 똑같은 허물을 반복하는 자, 생각과 행동의 괴리가 큰 자, 무리에 끼는 것을 거부한 채 자기 취향에 충실한 자 등 다양한 성격들이 어울리고 부딪친다. 사람 사이의 상투적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 단절을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냉정한 시선은 여전하다. 1970년대 문화 코드를 눈앞에서 보듯 세밀화처럼 묘사한 은희경의 '디테일'이 또 한 번 빛난다.

# 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지음·민음사·272쪽    저자는 최상위 1퍼센트와 나머지 99퍼센트의 대결 구도를 고수하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상위 20퍼센트, 즉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불평등 구조를 분석한다.
 책에서 주로 설명하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비춰 보아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중산층이 세계적 경제 침체 속에서 점차 해체되고 있다면, 이 책에서 포착하는 중상류층의 행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유사하다.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을 키우고, 이를 통해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를 물려주려는 중상류층의 모습은 매우 익숙하다. 이른바 '수저론' 등으로 표현되는 한국 사회의 현상은 이와 같은 맥락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수치와 논거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 또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 레스토랑의 사회학 조안 핑겔스타인 지음·한울엠플러스·288쪽    레스토랑은 음식물을 판매하는 장소이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특히 오늘날 사회에서 맛집이 갖는 위상은 그저 영양분을 섭취하는 공간을 넘어선다.
 호주 사회학자인 저자는 바깥에서 먹는 외식이 근대 사회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는 주제를 다룬다.
 저자는 레스토랑은 미식 취향을 드러내고 음식 표현과 스타일에서의 혁신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공개적인 자아표현의 무대라고 규정한다.
 책에서 그는 외식하면서 느끼는 기분, 오늘날 사람들이 맛집에 집착하는 현상이 사회학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본다.

# 인간의 마지막 권리 박충구 지음·동녘·312쪽    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저자의 관점을 넘어 다양한 시선으로 죽음에 관해 살펴보는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와 같은 본질적인 물음에 대답할 뿐만 아니라 '어떻게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와 같은 실용적인 조언도 담아냈다.
 인간다운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왜 의사조력자살(안락사)이 시행돼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답한다. 저자는 누군가가 질병으로 죽음보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다면, 스스로 죽음을 결정함으로써 인간다운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신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보수적인 종교계가 죽음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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