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KTX 울산역을 이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KTX 울산역은 울산의 관문이다. 고속버스와 비행기 등이 울산의 교통편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지만 수송분담률이나 상징성을 따져보면 단연 울산역이 울산의 관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지금 현재 울산역 주변의 상황이다. 거대한 주차장으로 형성된 울산역 주변과 경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환경, 정비되지 않은 시설과 무질서의 현장은 울산관문이라고 말하기 낯부끄러울 정도로 엉망이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동안 울산을 찾은 사람들은 서울이나 대전, 부산 등 광역시에 위치한 KTX 역을 이용했지만 울산에 와서는 전혀 다른 풍경을 경험해야 했다.

산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모를 꾀한다는 울산의 관광 현실은 빈약한 관광센터에다 어디서 어떻게 관광을 시작해야 할지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불친절한 인프라와 마주해야 했다. 관광부흥에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울산광역시의 관광 정책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모습이다. KTX 울산역이 건립될 당시 발굴된 선사시대 유적들도 마찬가지다. 역사 오른편으로 고속철도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 '경부고속철도 울산역사증용지 내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야외 전시장은 방치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맞다. 투명 아크릴 통 안에 전시된 유적들은 뿌연 물방울이 끼면서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내외 온도 변화에 따른 문제점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탓이다. 원시인들의 거주지를 재현한 움막은 작은 비바람에라도 주저앉을 만큼 낡고 삭았다. 움막 입구를 막아 놓은 목재 구조물은 삭아서 움막 안쪽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역사 뒤편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로 입구 통제구역 차단봉 모습에선 말문이 막힌다. 차단봉 높이를 맞추기 위해 생뚱맞게 화분 위에 포개서 올려놓았다. 역사 왼편 또 다른 주차장으로 향하는 인도 양쪽은 청소 환경미화 포기지역인 듯 쓰레기와 잡풀로 뒤범벅이다. 머리까지 자란 잡풀에 배전판은 가려졌고, 인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인도 변 여기저기마다 눈길을 피해 쑤셔 박은 폐현수막에 쓰레기들, 겨울철 제설함 위로는 옆구리 터진 모래주머니들이 볼썽사납다. 역사 주변 조경수를 지탱하기 위해 삼각형으로 세워놓은 버팀목들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뽑힌 채 제멋대로다. 이런 상태에서 울산의 관문역이 울산역이라 말할 수 있는지 딱하기만 하다.

KTX 울산역의 불친절한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식당이나 편의시설은 전국 철도역 가운데 단연 최하위 수준이다. 막차가 도착하기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편의점은 이제 울산역의 상징이 된 상태다. 대중교통과 연계도 최악의 상황이다. 시내권과 30분 이상 떨어진 지리적 문제를 보완하는 대책은 개통 10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도시마다 자신만이 가진 특성으로 도시환경을 꾸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 도시의 첫인상이 되는 고속도로, 국도변, 공항, 역, 터미널 등의 관문을 꾸미기 위해서 많은 도시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잘 꾸민 도시의 관문은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특징을 방문객들에게 그대로 전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울산발전연구원 도시환경실은 울산의 관문지역 경관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울발연은 "역, 터미널, 공항, 항만, 도로 접경지역 등 울산의 관문은 산업수도와 생태산업도시의 브랜드나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TX울산역에는 고래 상징물이 있으나 가시성이 부족하고 태화강역, 울산공항, 장생포항, 도로 접경지역 등에는 울산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기능이 없거나 있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울산 서부권 관문의 경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조차 울산의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고 나머지 관문들도 특색 없는 간판으로 울산을 알리고 있다. 울산의 서부권은 한창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이다. KTX울산역을 기점으로 언양과 범서, 무거동으로 연결되는 서부권은 앞으로 울산의 잠재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도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울산의 관문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도시의 관문은 그 도시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비주얼에 투자해서 이미지 효과를 얻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울산의 이미지를 울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알리자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KTX울산역과 태화강역의 상징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으로 들어오는 고속도로나 국도 등 도로 접경지역에 녹지공간을 조성해 친환경 생태도시 울산의 이미지 제고를 경주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산업수도이자 생태복원의 모범사례인 울산이 정작 도시 이미지를 알리는데는 인색한 상황이다. 관문경관에 대한 투자는 울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울산사람들의 자부심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추석에 고향을 찾은 많은 이들이 울산의 입구에서 울산사람이라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