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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는 어떤 모양의 울타리가 있나요? 높이 쌓은 울타리가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끔 울타리를 넘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화를 내기도 하고, 더 높이 울타리를 쌓아 올려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방어벽을 만들기도 합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볼 수 없는 방어벽이 아니라 나 역시 상대방을 볼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불편하고 귀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게 됐을 때야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게 되지요. 안진영 시인도 그런 때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 앞마당이 넓어졌다

울타리를 허물어 버렸더니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펄쩍,
우리 집 앞마당에서
숭어가 뛴다

마음의 울타리를 걷으면 눈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요? 시인은 울타리를 걷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봅니다. 숭어가 펄쩍 뛰어오르는 순간, 시인에게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을까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세상 밖으로 나온 시인은 이제 당차고 야무진 모습으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 어제 걸었던 길이 부른다

날 불러 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제 나,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싶어 하는지 알아 버렸어
너와 함께했던 순간들이
달콤했지만 이젠
돌아가고 싶지 않아
미안하지만 넌,
다른 동무를 찾아봐
난 나의 길을 갈게

시인은 어제 걸었던 길에게 '안녕'을 고합니다. 어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두렵고 힘겹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걷고 싶은 길을 걸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자신의 길을 가는 시인은 이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열일곱 살 때 산타할아버지께 시를 선물 받고 지금도 시의 길에서 헤매고 있는 중이라는 안진영 시인! 이제는 헤매던 길에서 나와 진짜 길을 찾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새로운 선물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 어떤 가위바위보

난 가위 낼게
넌 힘을 내

난 바위 낼게
넌 기운 내

 

장그래 아동문학가
장그래 아동문학가

안진영 시인의 고백 같은 시편들을 보면, 따뜻하면서도 부쩍 강해진 시인을 만날 수 있어요. 앞마당에서 뛰는 숭어가 시인의 시어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힘을 내고 기운 내어 한 발 한 발 내딛는 시인의 발자국마다 숭어가 뛰고 있네요.   장그래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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