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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불합리한 관행으로 시행되는 학교총량제를 고수하는 바람에 울산의 신설 학교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울산교육청은 북구지역에 3개 중·고등학교를 신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학교총량제에 묶여 국비 600억 원을 반납할 상황에 몰려 있다. 교육부는 기존 학교를 폐교하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교부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울산시교육청은 해당 지역 학생 수 증가와 주민 반대를 고려할 때 폐교 조건 이행이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 2016∼2017년 교육부에서 강동고, 송정중,  제2호계중(이상 2021년 개교 예정) 등 3개 학교 신설 승인을 받았다. 다만 이른바 학교총량제로 불리는 '학교 신설과 통폐합 연계 정책'에 따라 강동고 대신 효정고를, 제2호계중 대신 호계중·농소중을, 송정중 대신 화봉중과 연암중 중 1개 학교를 폐교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3개 학교 신설에 따라 기존 4개 학교가 없어져야 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농어촌이나 구도심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야 신도심 학교 신설을 허가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총량제라는 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선 교육계에서는 학교 전체 개수의 상한을 정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학교총량제라는 개념으로 통용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당시 조건부 승인에 따라 3개 학교 설립 교부금 626억 원도 확보했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북구지역에 송정택지개발지구 등 대단위 거주지가 조성됨에 따라 인구와 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지역 여건이 변했다고 판단, 3개 학교를 신설하더라도 기존 학교들을 폐교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역의 사정이 변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19만7,800여 명이었던 북구 인구가 올해 21만2,400여 명으로 증가하는 등 학교를 추가로 신설할 요인이 충분히 생겼기 때문에 폐교 후 신설은 비현실적인 조치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폐교 대상으로 지목된 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은 폐교할 이유가 없는데 정부 정책으로 폐교해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폐교조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학교총량제를 수정 없이 밀어붙이는 것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시교육청은 판단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과거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학교총량제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폐교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해당 제도는 교육적 가치보다 경제적 효율성만 따지는 정책임이 명백한 데도 교육부는 약속 이행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강동고와 제2호계중학교, 송정중학교 등 북구 지역 3개 학교 신설 승인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재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울산시교육청은 북구지역의 학교 수급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강동고 설립의 조건이었던 효정고 폐지 및 사업비 50% 자체부담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효정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반대, 율동지구 개발 등으로 향후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효정고를 존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제2호계중과 송정중도 북구지역 대단위 아파트 신규건설로 인구 증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학교설립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터라 통폐합은 이행 불가인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교육부의 신설 학교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내년 개교를 앞둔 강동고는 물론 후 내년 개교할 송정중·제2호계중 신설 교부금 중 국비를 돌려줘야 한다. 조건이행 정도에 따라 최대 600억 원이 국고로 환수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울산 북구지역 신설 학교의 국비 반납 관련 운명이 25일 결정된다. 울산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중투위에 강동고와 제2호계중학교, 송정중학교 등 북구 지역 3개 학교 신설 승인 조건 변경을 위한 재승인을 신청했으며, 오는 25~27일 사흘 동안 심의가 이뤄진다. 국고로 전액이 반납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시교욱청은 이번 중투위에 3개 학교 신설 조건 변경 및 기간 연장을 요구할 방침이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설립을 위한 중투위 심사 당시와 학생 수 증가 등 지역 여건이 달라져 조건이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방교육행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실현 가능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추진 및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재차 승인조건 변경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변화하는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원칙만 고수하는 교육당국의 태도에 있다. 학교 수급 상황은 도시 여건의 변화나 인구이동, 주민연령층의 변화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미묘한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원칙만 고수하는 교육당국의 일방적 규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울산시의 이같은 사정을 제대로 살펴 북구지역 학교 수급상황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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