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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사투리를 쓰면 무지해 보이거나 교양 없게 생각하고, 표준말을 써야만 그럴듯해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대 표준어가 서울 사투리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사투리도 통용되는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표준어이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사투리는 천시되거나 무시되면서 망각의 수면 아래로 잠기고 있다.


양미경 작가가 최근 펴낸 '내 쫌 만지도'는 이러한 사투리에 대해 새롭게 고찰하는 책이다.
평생을 통영에서 글 쓰며 살아온 작가는 어머니 태내에서부터 학습한 내 고향의 언어로 글을 써서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책은 제1부 '배꼽 아래가 때꼼해지는 이바구', 제2부 '호랭이 담배 묵던 시절 이바구', 제3부 '세상살이 시비 쪼매이 걸어보는 이바구', 제4부 '토영 전설 이바구'로 구성했다.
사투리는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언어이지 인위적으로 다듬거나 정제한 언어가 아니며, 그 언어 속에는 농경민족으로 힘들게 노동했던 우리네 삶을 녹여낸 여러 표정과 기질이 담겨 있음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작가는 제주도의 '어망'이나 '할망'을 '어머니'나 '할머니'라는 말로 대신할 수는 있겠지만, '어망'이나 '할망'이라는 말이 주는 언어적 따뜻함이나 향기를 한껏 품어주지는 못함을 설명한다.


또한 경상도에서 제 자식을 일컫는 '내 강새이'라는 말을 '내 강아지'로 바꿀 수는 있지만 이 말이 내포한 경상도 사람들의 애정 어린 언어적 감도는 결코 흉내낼 수 없음을 말한다.
양 작가는 "사투리로 한 권의 작품집을 출판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땅의 언어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들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며 "그렇게 표현되고 구사된 사투리가 그 지역만의 풍부한 정감은 물론 언어적 자산으로 풍성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양미경 작가는 1994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수필집 '생각을 겨냥한 총' '눈 오는 날 추사를 만나다' 등을 펴냈으며, 한국문인협회 제26대 문학정보화위원회 위원, 한국예총 경상남도연합회 자문위원 등을 맡았다.  강현주기자 usk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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