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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를 30여 년 만에 특정한 가운데 울산지역 장기 미제 사건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민적 공분을 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국민의 관심과 두려움을 불러왔다. 하지만 영원한 미제 사건은 없었다. 그동안 크게 발전한 과학수사 기법의 도움을 받아 첫 사건 발생 후 33년이 지난 지금, 법인을 찾아내는 성과를 갖게 됐다.

당시 피해자에게서 수거한 DNA가 용의자 것과 일치한 것이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결정적인 단서다. 아직 진범으로 확정하기는 이르다고 하지만 영구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다는 것을 보면 끈질긴 수사의 큰 성과다.

모두가 알다시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성폭행 뒤 살해된 사건이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범인은 '중간 정도의 키에 20대 중후반'이었다. 8차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지만 모방 범죄로 밝혀졌고 다른 사건들은 미제 상태로 남았다. 사건에 동원된 경찰 연인원이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가장 많았고 수사대상자가 2만 1,280명, 지문대조자 4만 116명 등 기록도 최고치다. 이미 마지막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범인이 잡혀도 처벌이 어렵지만 경찰이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해 단서를 잡아낸 것은 정의의 실현과 진실규명을 위해 바람직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미제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경우에도 미제사건이 많다. 울산지방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에 따르면 울산지역에서 재수사를 벌이고 있는 미제사건은 모두 14건이다. 대표적인 미제사건은 '옥교동 단란주점 살인사건'이다. 지난 2001년 7월 4일 새벽 울산시 중구 옥교동의 한 단란주점에서 업주와 종업원 등 2명이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사건 당시 경찰은 수사본부까지 꾸려 단란주점 방문객 모두와 조직폭력배, 내연남 등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지만 알리바이 등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현장의 계단 등에 남아있던 몇 방울의 혈흔(AB형)을 단서로 수사를 이어갔지만 결국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6개월 뒤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탑골계곡 40대 다방 여종업원 알몸피살 사건'도 주목받는 미제 사건이다. 지난 2001년 7월 8일 울주군 두서면 탑골계곡에서 다방종업원이 알몸상태로 피살된 채 발견돼 지난 2013년 50대 남성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내사를 벌였다. 하지만 조사 중 피내사자가 "누명을 써 억울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당시 옥교동 단란주점 사건이 있은 지 고작 나흘 만에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가중됐다. 

'관리인 야구방망이 피살사건'도 18년째 해결이 안 된 상태로 남아있다. 지난 2001년 8월 31일 오전 5시 45분께 중구 복산동 함월초등학교 인근 한 주차장 관리실에서 관리인이 둔기에 수차례 맞아 피를 흘린 채로 발견됐다. 살인 도구로 추정되는 피 묻은 야구방망이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지만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1998년 발생한 '살충제 요구르트 사건'도 범인을 잡지 못한 대표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지난 1998년 7월 19일 오후 6시께 신체에 장애가 있는 김 모(당시 12) 군이 아버지와 함께 울산시 남구의 한 백화점 식품매장을 방문해 딸기 맛 요구르트를 사 마셨다가 10여 분 만에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돼 55시간 뒤인 22일 숨졌다. 경찰은 김 군이 마신 요구르트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분석을 의뢰한 결과 진드기 살충제인 '포스파미돈'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처음엔 불특정 다수를 노린 독극물 주입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다가 요구르트 팩에 독극물을 주입한 흔적이 없던 것 등을 토대로 요구르트가 판매된 후 살충제가 투입된 것으로 판단, 아버지 김 모(당시 49) 씨에게 집중했다. 그러나 김 씨는 아들의 장례식이 열리기 직전인 24일 새벽 도주해 현재까지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3년 7월 17일 공소시효를 하루 남기고 김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수배 상태에 있다. 지난 2016년에는 2012년 울주군 온양읍 움막 노인 살해사건의 범인을 경찰이 4년 만에 붙잡기도 했다. 

미제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진범으로 확인되더라도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리면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 현 사법체계로는 달리 처벌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제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모방범죄의 예방과 완전범죄는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범죄예방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번 기회에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에 대한 처리방법을 다시 생각하는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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