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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헤어 트렌드로 삭발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그 시작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을 강행하면서다. 지금까지 현역 국회의원 11명을 비롯해 중량감 있는 원외 인사까지 총 20명 이상 조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삭발했다. 바야흐로 '삭발 정국'이다. 조 장관 임명 다음날인 10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삭발이 도화선이 됐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삭발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의 삭발 이후 매일 삭발 릴레이가 이뤄졌다.


무소속인 이언주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당 소속 의원(박인숙·강효상·이주영·심재철·김석기·송석준·이만희·이헌승·장석춘·최교일 순)이다. 원외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송영선·차명진 전 의원,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이 삭발에 동참했다. 삭발 투쟁은 정치권에서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연속성과 확장성만큼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진 의원들의 앞 다툰 릴레이 삭발이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혹여 공천에서 떨어지더라도(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삭발로 얻은 인지도를 총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역에선 김 전 시장이 처음으로 남구에서 삭발식을 열고 사실상 총선행보를 시작하면서, 남구 갑·을 현역의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들도 맞대응 차원으로 삭발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낸 한국당 정갑윤 5선 의원도 삭발을 진지하게 고민 했었다. 정 의원과 함께 차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같은당 소속 5선의 전·현직 국회부의장 모두 삭발을 감행하면서다. 다만 황 대표가 '삭발 릴레이'에 대한 희화화를 우려해 '삭발 자제령'을 내린면서 삭발 열기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이번 한국당의 릴레이 삭발 열기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켰을지 민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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