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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풍이다. 제18호 태풍 미탁이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 중이다. 태풍 미탁은 당초 예상보다 빨리 오늘 자정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됐다. 당초 3일 오전 상륙을 예상했지만 태풍의 길목 역할을 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돼 접근 경로가 짧아지면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미탁'은 중국 상해 북북동쪽 해상에서 시속 26㎞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중심기압 970hPa, 강풍반경 310㎞의 강도 '강'의 중형급 태풍의 모습을 갖췄다. 당초 미탁은 2일 밤~3일 새벽 제주도를 지나 개천절인 3일 오전 전남 목포에 상륙할 것으로 분석됐으나 태풍의 길 역할을 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하면서 한반도로 향하는 경로가 짧아져 2일 자정에 전남 해안에 상륙해 3일 낮에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가 급해졌다. 울산시는 북상 중인 태풍 '미탁'에 대비하기 위해 긴급 안전점검을 하고 예찰도 강화한다. 울산시는 어제 송철호 시장 주재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실·국장과 구·군 부단체장, 재난관리책임기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태풍 대비 긴급 점검 회의를 열었다. 울산시는 회의에서 부서와 구·군, 재난관리책임기관의 태풍 대비 상황과 대처 계획을 점검했다. 또 관계기관 간 공조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했다. 

울산시는 태풍에 대비해 수방 시설물을 점검하고 집중호우로 인한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대용량 비상 양수기와 모래주머니 등 수방 자재를 준비하도록 했다. 강풍으로 인한 낙과 피해와 같은 농축산물 피해를 줄이고 정전이 생기면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도 유지하기로 했다. 태화강을 비롯한 둔치 주차장에서는 차량 침수 피해가 없도록 미리 차량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기압골 배치 상황이 '가을장마'로 불리는 정체전선의 영향 아래 있어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을 살펴보면 유난히 '가을 태풍'의 피해가 컸다. 지난 2002년 8월 30일 발생한 태풍 루사는 246명의 인명 피해와 5조1,479억 원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로는 역대 태풍 중 1위다. 지난 2003년 9월 중순 발생한 태풍 매미 역시 인명 피해 131명, 재산 피해 4조2,225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가을 울산지역은 유난히 긴 가을장마에다 잦은 태풍으로 지반 약화 등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잦은 비로 지반이나 구조물이 약해진 상황에서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이 더해지면 산사태나 축대 붕괴 등으로 이어져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여름 울산은 태풍 다나스와 링링 타파 등 4개의 태풍이 직간접영향을 주고 지나갔다. 하지만 울산의 경우 태풍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다. 이번 태풍도 스쳐 지나기를 바라고 있지만 태풍의 간접 반경에 들어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다. 당장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면 지난 7월 태풍 다나스와 2016년 9월 '차바' 이후 또다시 태풍의 위험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번 태풍의 경우 매우 강한 비와 순간 최고 풍속이 초속 30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기후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올해들어 가을 태풍이 잦은 것도 이상 신호다. 기온이 해마다 올라가는 추세인 것도 문제다. 지난해 여름의 경우 사상 최고의 폭염을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울산지역의 여름 기후는 이상기후의 전형이었다. 20년 만의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가 하면 연일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열대야 일수도 크게 늘어났다. 기후 변화는 해마다 체감지수가 민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의 문제가 됐다. 이는 해마다 기온이 오르고 있고, 그에 따른 국지성 호우, 폭설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울산지역의 경우 기후 변화에 따른 대책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각종 재난·재해나 물관리 문제 등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태풍이 오면 가슴을 졸이고 비켜 가기를 기다리는 수준의 대책은 이제 버려야 한다. 울산지역의 경우 산업화 이후 무분별한 난개발이 곳곳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울산시의 관리대상으로 지정된 급경사지만 260곳이 넘는다. 재난과 관련한 대응시스템이나 경고방송, 주민대피 등은 미리미리 점검해야 한다. 재해나 재난사고는 미리미리 대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태풍 링링과 타파가 울산을 지나갔을 때 많은 시민들은 태화강 범람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타파 때에는 강우량이 차바를 뛰어넘는 수준이었지만 다행히 홍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산발적인 강우와 만조시간 차이 등에 의한 천우신조였다. 문제는 이같은 불안한 재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갈수록 잦은 가을 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태풍부터 잘 대비하고 가을 태풍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비책을 만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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