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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이 요즘 멧돼지들 사이에서 소위 '핫플레이스'다. 도심 한복판을 활보하거나 태화강을 유유히 헤엄치더니 사람을 들이받고 사라지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일가족으로 보이는 어미와 새끼 등 10마리가 승용차 등과 충돌하는 '일촉즉발' 사건 현장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울산시민들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멧돼지 출몰 소식을 연일 접하며, 언제 현실이 될 지 모르는 그들과의 조우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수확기를 맞은 농심(農心)은 바짝 타 들어가고 있다. 한해 농사를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멧돼지 괴력에 농민들은 이미 항복한 지 오래다. 울산에서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멧돼지 출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건수는 1,100여 건에 달한다. 대다수 농촌 비중이 높은 울주군에 쏠려 있다. 울주군은 같은 기간 698건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한 해 피해건수 621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울주군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가뜩이나 멧돼지 다발 출몰지로 악명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 경북과 경남에서 넘어온 멧돼지 무리까지 감당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


경남과 경북에는 다수의 수렵장이 조성돼 있다보니 총소리에 놀라거나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멧돼지가 울산으로 이동하고 있는데도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게 속사정이다. 울주군도 행정의 난맥상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면적이 방대하고 산간 지역을 다수 끼고 있는 울주군은 다른 도단위 도시보다 오히려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많이 입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광역시라는 이유로 수렵장을 허가하지 않는 바람에 농민들의 민원을 온전히 다 받아내고 있다. 멧돼지는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 야생동물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 ASF발생원으로 지목이 된 상황이다. 울주군은 현재도 ASF에 오염된 멧돼지가 축산농가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을 수 있다는 끔찍한 장면을 가장 먼저 상기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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