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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는 22일 일제잔재 및 성인지적 관점으로 본 학교상징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는 미포초, 서생초, 전하초의 교표.
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는 22일 일제잔재 및 성인지적 관점으로 본 학교상징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는 미포초, 서생초, 전하초의 교표.

울산지역 일선 학교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와 친일파가 작사한 교가 등 일제 잔재가 무더기로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희망 울산학부모회'는 22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잔재 및 성인지적 관점으로 본 학교상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순결 검소 한국여성 본이라네' '건아' '형아' 등
이 단체는 지난 9월 한 달간 초등학교 119개, 중학교 63개, 고등학교 57개, 특수학교 4개 등 총 243개 학교의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나 휘장), 교화, 교목, 교가 등을 모두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3개 초등학교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교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 한 곳인 동구 전하초만 교표를 변경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나머지 학교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교화·교목 조사에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지난 1909년 식민통치를 알리면서 우리나라에 처음 심은 가이스카향나무를 30개 학교가 교목으로 정하고 있었다. 또 일본 왕실을 상징하고 욱일기 모양에도 활용된 국화도 12개 학교가 교화로 삼고 있었다. 일본 사무라이를 상징하는 벚꽃과 벚나무는 4개 학교, 일제강점기에 국내에 들어온 히말라야시다는 2개 학교가 교화·교목으로 지정했다.

친일 인사인 박관수와 정인섭이 노랫말을 쓴 교가를 부르는 학교는 3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는 22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 학교상징으로 본 일제잔재 및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은경기자 usyek@<br>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는 22일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 학교상징으로 본 일제잔재 및 성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은경기자 usyek@

# 고정된 여성·남성성·성 역할 강조 교가·캐릭터 다수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학교상징 조사 결과, 한 여자고등학교에서는 여성을 강조하는 한자 '여자 녀(女)'를 교표에 사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여고에서는 '한국여성으로서 곱고, 아름다운 심성을 연마하여'라는 여성성을 강조한 교육목표를 삼기도 했다.    

교가의 경우에는 편향적인 성 역할을 나타내는 가사가 다수 확인됐다. 

5곳의 여중·여고에서는 '색실로 수를 놓아  아하게 솔처럼 꼿꼿하게 순결 검소 예절 바른 한국여성 본이라네'라는 가사로 성 역할을 고정화했다. 12개 학교에서는 건강하고 씩씩한 사나이를 뜻하는 '건아'와 '형아'가 가사에  포함 돼 있었다. 여성 성품을 의미하는 교화,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한 학교 캐릭터 등 성역할을 고정화한 학교도 다수 확인됐다. 이밖에 '공장 연기 치솟는 공업의 도시'나 '대한의 어린 용사들' 등 시대에 맞지 않는 교가 가사도 있었다.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우영주 대표는 "학생들의 배움터인 학교 안에서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며 "성차별적인 내용을 그대로 두는 것도 학생들에게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일제잔재 청산 TF팀을 구성하고, 양성평등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문제 개선에 힘쓰고 있으며 전하초 등 일부 학교는 학교상징을 변경 중이다"며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교육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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