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국제고) 폐지 반대에 거는 딴지
자사고(외고· 국제고) 폐지 반대에 거는 딴지
  • 울산신문
  • 승인 2019.12.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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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남 전 울주군 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

지난 여름 자사고 재지정 논란으로 온 나라가 한창 시끄러울 때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이다. 내가 교육 관련 일을 하는 걸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이웃이 '자사고 폐지한다고 전국이 떠들썩한데 울산은 어떡하느냐'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얼굴에는 '다른 지역처럼 학부모들이 소송하고 반대 시위를 하면 너도 힘들지 않느냐'는 현실적인 걱정과 '그런데, 울산에는 자사고가 없느냐 왜 이리 조용하냐'는 궁금증이 함께 묻어 있었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던 이웃에게 우리 울산은 원칙대로 처리해 조용하게 잘 마무리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동안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울산은 과연 이런 논란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걸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던 것 같다. 지난 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울산은 원칙대로 잘 매듭지어졌지만, 광풍과도 같았던 당시 논란을 비켜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없을까? 자사고는 교육적으로 올바른 제도이고, 지속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왜 우리 울산은 시민이 선택한 평등한 교육정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자사고를 유지함으로서 과거 고교비평준화와 유사한 교육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런 물음에 분명하게 답해 줄 수 있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 정책으로 온 나라가 또다시 시끄럽다. 교육부 발표대로라면 2025년까지 우리 울산에서도 자사고 1곳, 외고 1곳이 없어진다. 이 정책에 대해 '예산이 많이 든다' '학교와 학생의 학생(교)선발권이 뺏긴다' '미래 창의인재 교육에 역행한다' 등 말들이 참 많다. 뜬금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조금만 살펴 보면 이번 발표가 갑작스레 튀어 나온 것 같지 않다. 가장 빠르게는 자사고 재지정 논란으로 지난 9월까지 온 나라가 떠들썩 하지 않았나. 그동안 여러 차례 걸러졌던 일이다.

자사고(외고, 국제고는 자사고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하지만 입시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폐지 반대의 가장 큰 주장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자사고로 대표되는 이들 학교를 폐지한다고 일반고 교육이 사느냐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선택권 논리가 두 번째이다. 일견 정말 타당해 보인다. 이런 주장을 읽다보면 자사고를 죽인다고 일반고 교육이 사는 것도 아니며 과거에는 인문고와 실업고를 나누고 또 실업고 안에서도 공고와 상고, 여러 종류의 학교를 구분했듯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게 교육적으로 맞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말문이 턱 막힌다. 외형상 그럴듯하게 포장된 논리가 정말 질서정연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세상, 교육으로 이루어야 할 가치 등과 같은 본질적인 물음을 도외시한채 이런 지엽적인 질문을 하는 그 밑바탕에는 그저 지금과 같은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그대로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교육특권 옹호, 불평등하고 불편한 교육서열화 편들기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가 사는 거냐고 죽일듯이 덤비는 사람에게는 그러면, 지금과 같은 교육제도를 그대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되묻는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의를 숨긴 질문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수 밖에. 어려울 때 일수록 근본을 돌아본다 하지 않던가. 본심을 감출 정도라면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도 돼 있지 않을텐데,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목표를 구구절절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이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되고 싶은 소망에 따라 무한히 뻗어나가고 성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고 본질이라고 목소리 높여봐야 그 말을 귀담아 듣겠느냐는 말이다. 

때문에 나는 자사고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지금 우리 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온갖 방법을 다 해봤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그러면 마지막으로 몸부림이라도 쳐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다. '지금과 같은 학교체제에 내 자녀가 다녀도 괜찮은가' '가난한 탓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혹은 또다른 이유로) 자사고에 못간 자녀가 일반고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교육제도에 만족할 수 있는가' 하는 자문을 먼저 해본 뒤에 자사고 폐지를 반대해도 하라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온갖 불평등한 것 투성이지만 그런 난장판 속에서도 기회가 평등한 구석 한 귀퉁이 쯤은 있어야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내 자녀가 인생의 첫 단추를 채우는 학교임에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