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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울산시립무용단 제41회 정기공연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한 장면.
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 울산시립무용단 제41회 정기공연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한 장면.

 

'크레인'(crane)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 '기중기'와 '학'(두루미)을 뜻한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크레인'이 가진 이 두 가지 속뜻과 인연이 깊다. 각종 산업이 발달한 공업도시이면서, 오랫동안 학이 머물렀던 생태도시의 면모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울산시립무용단이 선보인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는 울산이 지닌 이 같은 특성을 중의적인 단어 '크레인'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 공연이다.
 이번 작품은 '바라기-동행' '수작(水作)'등을 선보였던 울산시립무용단 홍은주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고, 무대예술가 이종영 씨가 연출로 참여했다.


 공연은 울산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주로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동 현장에서 '월, 화, 수, 목, 금'을 손으로 헤아리며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 상명하복의 구조에서 경직된 태도로 '네'란 대답만 뱉어내는 사람들을 풍자하듯 무용수들은 반복된 몸짓으로 노동자의 애환을 드러낸다.


 특히 이러한 노동자들의 몸짓은 한국무용부터 현대무용, 스트릿 댄스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와 융합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이들의 모습은 '수건춤'에서 한층 더 돋보인다. 경쾌한 타악 리듬과 불매소리에 맞춰 땀이 깃든 수건을 휘젓는 몸부림에는 노동을 춤으로 승화하고자하는 노동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욕망의 사람들'과 '충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경주마가 된 듯 질주하는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처절한 몸부림 끝에 파괴돼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한 마리의 '학'은 날갯짓을 통해 지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끔 그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준다.
 이는 '학'과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울산 노동자들의 모습을 대변하는듯 하지만, 결국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은 다소 쉴 틈 없이 전환되는 구성 탓에 호흡을 따라가기가 자칫 벅찰 수도 있다.
 하지만 쉼 없이 내달리다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지친 이들을 어루만진 한 마리의 '학'처럼, 이 작품 또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잠시 다가와 위로를 전하기엔 충분했던 공연이었다. 강현주기자 uskh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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