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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실물경기 위축에 따라 지자체 세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재정자립도 1위'를 지켜온 울주군에도 이른바 '돈가뭄'이 들기 시작했다.

온산국가산단 내 기업 경영 악화가 심화되면서 올 한 해만 법인 지방세수가 수백억 원 감소했고, 내년에도 급감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등 '부자 지자체'로 이름을 날리던 울주군 곳간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11일 울주군에 따르면 올 한해 기업들로부터 걷어들인 '지방소득세 중 법인분'의 수입은 1,060억 원으로, 당초 예정액 1,430억 원 보다 360여억 원(26%)이나 급감했다. 매년 평균 1,400억 원 대를 유지해왔던 법인의 지방세수가 이 만큼이나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이는 관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특히 국가산단인 온산공단에 몰려 있는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관련 대기업 법인들의 영업이익이 급락한 여파가 컸다.

실제 최고액 납부 법인인 '에쓰오일'이 올해 납부한 지방세는 197억 100만 원으로, 지난해 257억 8,500만 원의 76%에 그쳤다. LS니꼬 동제련도 49억 9,100만 원을 납부해 지난해 68억 8,800만 원의 74%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해 78억 9,500만 원을 납부해 두 번째로 많은 세금을 냈던 '내셔널오일웰바르코리아'는 올해 1억 1,000만 원(1.4%)을 내는데 머물러 지난해 대비 1%를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해 36억 600만 원이었던 한국석유공사 지방세도 18% 수준인 6억 4,800만 원까지 쪼그라 들었고, LG하우시스도 15억 4,100만 원에서 9억 5,800만 원으로  62%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온산공단 내 세수 축소는 읍면별 지방세 징수액에 그대로 반영됐다. 군내 12개 읍·면 중 온산읍의 올 지방세 징수액은 지난 11월 기준 1,241억 8,000만 원으로 지난해 연간 징수액 1,507억 2,400만 원의 82%를 겨우 넘어섰다.

또 온산읍을 중심으로 줄어든 지방세수는 군 지역 전체 세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11월 기준 12개 읍면 전체의 지방세 징수액은 2,462억 7,000만 원으로, 지난해 연간 징수액 2,856억 200만 원의 86%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전체 지방세징수전망액은 2,613억 800만 원으로 남은 한달까지 감안해도 지난해의 9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은 지방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자 꼭 집행가능한 예산만 당초 예산에 편성하는 등 세출 전략을 새로 짰다. 또 내년에도 법인의 지방세수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복지향상 등 주민 밀착 예산은 우선 편성하되 대규모 개발 사업을 후 순위로 미루는 방식의 예산집행 기준을 마련다. 내년도에도 법인의 지방세수는 평년대비 35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군의 살림살이는 기업에서 걷어들이는 지방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데, 올해부터 경기 침체의 여파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전까지는 지속적일 지방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도로 개설 등 기반시설은 조금 뒤로 미루고 대신 장애인근로사업장이나 행정타운 등 당장 주민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화기자 usjh@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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