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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0시부터 마스크 공적 판매라는 고강도 조치를 내놨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마스크 구하기 전쟁이 울산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울산지역 농협하나로마트에서는 새벽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들의 줄서기가 이어지는 진풍경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하나로마트는 물론 우체국, 약국 등으로 판매처가 제한되면서 소비자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마스크 대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속도로 늘면서 품귀현상을 빚자 정부는 '공적 마스크' 공급을 선포했다. 하지만 사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언제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히려 일반 시민들은 마스크 구매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판매처 곳곳에서는 정부를 향한 원성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문제는 마스크 물량이 충분히 조달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중복 판매 여부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배포 방식에 여러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각 동주민센터를 통해 배부하라는 등 직접 복안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주 초부터 울산지역 내 하나로마트 30개 매장과 읍·면 소재 우체국 11곳에 마스크가 공급됐다. 그러나 각 지점마다 일 500매 안팎으로만 판매하고 있어 일대 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마스크 물량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도심과 동떨어져 있어 마스크 구매가 어려운 계층들을 위해 읍·면 소재 우체국에만 판매한다고 했지만, 번화가 거주자들이 몰려와 사는 경우도 허다해 혜택이 온전히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지역 내 409곳 약국에 배부될 예정이었던 공적 마스크는 예고와 달리 배포가 늦어져 원성을 사기도 했다. 울산시약사회 관계자는 "울산에 마스크 도착이 늦어진 데다 수백 개가 되는 약국에 일률적으로 마스크를 재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배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매일 마스크 문의로 전화나 내방객이 쇄도해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중복 판매를 우려해 1인 5매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중으로 사 가는 사람들을 확인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공공 마스크를 입고 소식에 지정 판매처에서 새벽부터 줄 서야 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판매시간대도 한정돼 있어 시민들의 원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영 TV홈쇼핑의 경우에도 소외계층을 위해 판매시간대를 비밀로 하고, 전화로만 주문이 가능하다는 정책을 세웠지만 수신 먹통 현상으로 마스크가 제대로 배포되고 있는지 등 공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울산 지역 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에서는 '공적 마스크' 구매에 공쳤다는 글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의 경우 오전 11시, 오후 2시 등에 판매한다고 하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 설 수 있는 시간도 없다"면서 "공영 홈쇼핑도 한창 일하고 있는데 언제 전화 돌리고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떤 이는 "정부에서 마스크를 배포하더라도 수량이 너무 적기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줄 서야 살 수 있다.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판매시간대가 나오지 않는 홈쇼핑은 하루 종일 시청해야 하고, 운 좋게 마스크 판매하는 것을 봤다고 해도 수백 통 전화 속에서 내가 당첨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홈쇼핑 관계자들은 미리 물량을 빼놓을 수도 있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국민청원에 '공공 마스크' 공급 방식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 청원자는 '본인이 속해있는 등본의 세대 명대로 주민센터를 통해 가족 수 대로 공급받으면 불안감도 사재기도 사라지고, 누구나 안정적인 방법으로 살 수 있고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접속하고 줄 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게재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태극기를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은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가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도 없어 섣불리 시행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민들은 이같은 마스크 대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적 공급의 확대라는 미사여구는 시민들에게 와닿지 않고 있다. 복지의 확대를 주장해온 정부가 마스크는 왜 전량 구매해 무료배부에 나서지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진짜 국민을 위한 복지는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는지도 묻고 싶다. 

공적물량을 전량구매해 주민센터나 통장 이장 등을 통해 무료로 나눠주는 정책이 정말 불가능한 정책이었는지 의문스럽다. 복지는 제도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체감하는 일부터 풀어주는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살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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