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은 현대물리학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둘은 세계에 대해 서로 양립 불가능한 주장을 하는 불편한 관계에 있다. 이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과 과학철학자들이 오늘밤도 잠 못 이루고 있다.
 전자는 스핀업(spin-up)과 스핀다운(spin-down)이라는 속성을 가질 수 있다.(이 두 속성이 정확히 어떤 속성인지는 이 글에서 중요하지 않다) 언뜻 보기에, 전자가 스핀업을 가지고 있으면 스핀다운을 가질 수 없고, 스핀다운을 가지고 있으면 스핀업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방안에 형광등이 켜져 있으면 꺼져 있을 수 없고, 꺼져 있으면 켜져 있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양자역학에 의하면, 전자는 스핀업과 스핀다운을 각각 50%의 확률로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비유하자면, 방안에 형광등이 각각 50%의 확률로 동시에 켜져 있으면서 꺼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은 우리 머릿속에서 시각화 될 수 조차 없다.
 전자가 스핀업과 스핀다운을 각각 50%의 확률로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장비를 사용해 스핀 값을 측정하면 스핀업과 스핀다운 둘 중에서 하나의 속성만을 가지게 된다. 측정을 하기 전에 둘 중에서 하나의 속성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두 개의 속성을 각각 50%의 확률로 모두 가지고 있다가, 측정하는 그 행위로 인해 하나의 속성만을 100%의 확률로 가지게 됐다.
 비유를 들자면, 우리가 방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형광등이 각각 50%의 확률로 동시에 켜져 있으면서 꺼져 있다가, 우리가 들여다 보자마나 들여다보는 그 행위로 인해 켜져 있거나 꺼져 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로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전자가 또다른 전자 속성 결정


 두 개의 전자는 얽힌(entangled)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얽힌 상태에 있는 두 개의 전자 중에서 하나의 스핀 값을 측정해 스핀업으로 결정되면 다른 전자는 스핀다운으로 결정된다.
 하나가 스핀업 속성을 가지면 나머지 하나는 반드시 스핀다운 속성을 갖는다. 이렇듯 하나의 전자가 어떤 속성을 갖느냐가 나머지 하나가 어떤 속성을 갖는가를 결정해 버린다. 이게 바로 두 개의 전자가 얽혀있다는 뜻이다.
 얽혀 있는 두 개의 전자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하나는 지구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태양계 밖에 있다. 지구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측정돼 스핀업으로 결정되면, 태양계 밖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은 스핀다운으로 결정되어 버린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스핀업으로 결정되는 바로 그 순간에 태양계 밖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스핀다운으로 결정되어 버린다.

 

   속성 판단에 특수성도 고려해야


 위 주장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모순된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따라서 태양계 밖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스핀다운으로 결정되는 데는 최소한 빛이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의 시간이 걸려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전혀 걸리지 않고 지구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결정되자마자 태양계 밖에 있는 전자의 스핀 값이 결정된다고 양자역학은 주장한다. 이렇듯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주장을 한다.
 우리는 양자역학과 특수상대성이론 둘 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둘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물리학자들과 과학철학자들이 고민에 빠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