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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계관 부상 등 북한 대표단은 한국측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태도에서 진정성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대표단의 모습을 보면서 '제발 미국의 마음 이 바뀌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로 '신뢰할 수 없다'고 되뇌어온 양측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워싱턴과 평양 수뇌부의 전략변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특히 워싱턴의 입장은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 문제'를 이유로 제네바 합의를 백지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던 강경노선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6자회담의 틀내'라는 명분을 걸긴 했지만 지난달 베를린 북-미 회동은 6자회담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중국의 중재 없이 이뤄진 사실상의 미-북 직접협상이었다. 미국의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와 이라크 상황과 중동사태의 악화 등으로 부시 행정부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경위야 어떠했던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것 자체로 환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