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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커피가 나온다. 동전은 입력물(input)이고 커피는 출력물(output)이다. 컴퓨터에 키보드를 통해 정보를 입력하면 프린터에서 인쇄된 종이가 나온다. 키보드를 통해 들어간 정보는 입력물이고 인쇄된 종이는 출력물이다.

 

   심리학에서 '정신'=정보처리기관


 우리의 정신에도 입력물을 넣으면 출력물이 나온다. 예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에 대한 정보가 눈을 통해 들어가고 '하늘은 푸르다'는 말이 입을 통해 나온다. 그래서 현대 심리학에서는 정신(또는 뇌)을 일종의 정보처리기관이라고 보고 있다. 정신이란 오감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여 신체를 적절히 움직이게 하는 기관이다.
 정신질병 중에 얼굴인식불능증(prosopagnosia)이라는 것이 있다. 이 질병에 걸린 환자는 얼굴의 각 부분들(눈, 코, 입, 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는 알지 못한다. 심지어 자기 가족의 얼굴을 보고도 누구의 얼굴인지를 판단하지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정신에 얼굴인식장치(face recognition system)라는 것이 있고, 이 장치가 고장 나면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또 자폐증(autism)이라는 정신질병이 있다. 주로 어린이들이 이 질병에 걸리는데, 자폐증환자는 상대방을 정신이 없는 사물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예를 들어, 인간을 책상과 동일한 종류의 사물로 인식한다. 따라서 자폐증 환자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추측하지도 못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정신이 상대방의 정신을 읽는 장치(Theory of Mind Module)를 가지고 있고,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폐증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으로 작용 수많은 마줄로 구성


 얼굴인식불능증이나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병들을 접한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정신이 단 하나의 정보처리기관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처리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정보처리기관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정보처리기관들을 마줄(module)이라고 부른다. 건물이 벽돌들로 구성되어 있듯이 우리의 정신도 마줄들로 구성되어 있다.

 

   왜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설명


 우리는 어쩌다가 얼굴을 인식하는 마줄과 정신을 읽는 마줄을 가지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은 진화생물학에서 찾을 수 있다. 진화의 역사에서 인간(또는 인간의 선조)은 집단생활을 하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상대가 친구인지 적인지, 그리고 상대방의 정신이 기쁜 상태에 있는지 화난 상태에 있는지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생존하고 번식하는데 유리했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는 동안에 그런 능력을 가진 개체들만이 살아남아 자식을 남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진화생물학은 우리의 정신이 왜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심리학자들은 진화생물학을 공부한다.


 심리학은 진화생물학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과도 연관되어 있다. 모든 정신현상은 뇌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뇌를 알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이 필수적이다. 분자생물학과 심리학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가 닿으면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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