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꿀벌과 같은 곤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자. 화분매개로 수정하는 식물들은 더 이상 번식을 하지 못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곧이어 자연생태계는 균형을 잃고 대란으로 빠져들게 된다.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마저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굶어죽을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먹이사슬의 파괴는 모든 생명체에 재앙이다. 공상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이런 이야기가 미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니 우리를 전율케 한다. 미국 농산물 수출의 주역인 꿀벌이 얼마 전부터 갑자기 사라지고 있지만 양봉업자나 꿀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몰라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27일 미국의 현지 언론들은 이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24개 주에서 꿀벌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어느 양봉업자는 하루아침에 5천만마리의 꿀벌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신문은 이 같은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에 수출되는 미국 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아몬드와 아보카도, 키위 등 각종 농산물 재배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코넬대학 연구진은 미국에서 꿀벌이 수정하는 농산물의 가액은 140억 달러에 이르며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이 주류를 이룬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최대의 아몬드 생산량을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2월이면 아몬드 수정을 위해 미국 내 전체 꿀벌의 절반 이상을 동원한다. 양봉업자들이 꿀을 채집해 버는 수입보다 꿀벌을 빌려 주고 얻는 수입이 훨씬 크고 2년 전에는 꿀벌 부족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꿀벌 임대료가 급등하는 바람에 동부지역의 꿀벌을 공수해야 했다. 올해 꿀벌 임대료는 1만5천~3만마리로 이뤄진 무리당 135달러로 이는 2004년의 55달러에 비해 2배가 훨씬 넘는 가격이다. 미 양봉협회 재크 브라우닝 부회장은 미국인이 소비하는 음식의 3분의 1 가량은 꿀벌의 수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봉업자들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꿀벌 유실률은 20% 정도지만 올 들어 서부 해안지역의 꿀벌 유실률은 30~60%, 동부 해안지역과 텍사스주의 꿀벌 유실률은 70%가 넘는다. 그런데도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꿀벌 에이즈가 아닌가 하는 공포감만 더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재앙이 미국에서만 국한될 일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이런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멸종 곤충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개체수도 급감 추세다. 미국의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심도 있는 환경보존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