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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나가던 6자회담과 남북경협이 또 삐걱거리고 있다.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놓고 남북 간에 '이면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그 전말에 관심이 쏠리면서다. 의혹의 발단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제공했다. 그는 회담 후 귀환해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공동보도문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쌀 40만t, 비료 30만t 지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가 "합의된 것은 없으며 쌀 40만t, 비료 30만t은 북한이 요청한 양"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증폭됐다. 앞서 권호웅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이 2일 종결회의에서 "우리 민족끼리 마주 앉아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해 나간다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회담이 거둔 소중한 성과"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이면합의'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쌀 지원을 논의할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가 우리측 주장대로 '2.13합의' 이행 시한 이후인 4월 중순으로 잡히는 등 공동보도문 만으로는 북측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부분이 적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다른 카드가 없었다면 이런 평가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도 4일 현안브리핑에서 "이 장관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이면합의 의혹을 기정사실로 보기에 충분한 것"이라며 "이 장관은 성직자답게 고해성사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면합의'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단 장관급회담에서 쌀. 비료 지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남북장관급 회담에 임하는 당사자들의 발언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긍정적 태도를 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쌀과 비료 지원을 활용해 온 점을 감안하면 장관급회담에서 이에 대한 언질 없이 협상을 벌인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장관이 처음 언급한 대로 쌀 지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준이 아닌 '합의'에 이르렀다면 문제는 다르다. 국회 보고 등 여론을 수렴하고 경협위를 통해 정식으로 계약하는 과정이 남아있는데 이를 생략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부의 설명대로 이 장관이 단순히 말실수를 한 것이라면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짙은 아쉬움은 남는다. '말실수'로 필요 없는 오해를 불러 회담의 많은 성과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의 여론이 정부 의중과 달리 녹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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