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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울산지역 기업 10곳 중 무려 9곳 이상이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업장마다 특성이 달라 안전관련 업무 총괄 책임자를 획일적으로 규정짓기 어렵고, 재해예방 관리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 해소 방안도 전무하다는 게 기업들 입장이다.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이윤철)가 3일 내놓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대응 현황 조사 결과'에 이같은 현장 목소리가 반영됐다. 이번 조사는 울산 지역 50인 이상 중견·중소기업 400여 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부터 15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단계별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법률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92.3%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현행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참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안전보건 책임자를 획일적으로 규정 짓기가 모호하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실제 조사에서 기업의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을 누구로 규정짓느냐로 질문에 대상기업 중 69.3%는 경영책임자급인 대표이사 또는 안전보건 담당 임원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나머지 30.7%는 경영책임자급이 아닌 안전관리업체 위탁, 총무부서 관리, 현장 책임자급 등이 업무 담당자라고 답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기업들은 기존 안전관리 체계 강화 외에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업무 규정을 갖췄다고 답한 기업 중 구체적인 조치사항을 묻는 질문에 23.5%가 '근로자 사고 대응 매뉴얼 배포 및 안전 교육 강화'를 구체적인 조치사항으로 꼽았다. 또 22%가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위험요인 개선 업무절차 마련'이라고 답하는 등 절반을 웃도는 기업들의 법시행 대응방식이 기존 시행 중인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상의 관계자는 "법 조항이 모호하고 참고할 만한 사례 및 판례가 없다보니, 책임관리 시스템을 놓고 기업들의 혼란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또 법시행에 온전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인력의 추가 채용이 필요한데, 이에 따르는 비용부담이 오롯이 기업에 전가되고 있어 보완책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조사 대상 중 안전관리자 추가 채용 관련 질문에 '추가 채용했다'고 응답한 23.1%에 머물렀다. 또 21.2%는 '채용 예정'이라고 답했고, 절반이 넘는 55.8%는 아예 '추가 채용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추가 채용했다는 응답자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58.3%는 안전관리 추가 채용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주요 요인으로는 55.9%가 '인건비'를 29.4%가 '공급부족'을 꼽았고, '대기업 및 공기업 등으로 이탈'이라는 응답도 11.8%에 달했다. 

이밖에 법시행 대비 관련한 애로사항으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과' (26.5%), '행정적·경제적 비용부담'(24.1%) '모호한 법조항에 대한 해석 어려움'(22.9%) 등이 도출됐다. 

울산 상의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법 대응에 따른 기업의 추가 비용과 인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라며 "특히 안전 및 보건 관련 인력 수요 증가에 따른 임금 수준 확대로 인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은 대기업으로 전문인력이 이탈하는 현상이 덩달아 생기면서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상의는 이에 사업장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한 법 개정 및 보완을 고용노동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 건의안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의 모호한 법 조항 개정 및 보완 △사업주의 과도한 처벌 완화 및 면책 규정 마련 △ 산업의 특수성 반영한 법 개정 등 요구가 담겼다.   

또 △안전관리자 채용 시 인건비 일부 지원 △중소기업 장기근무 안전관리 인력에 대한 혜택 제공 △컨설팅 지원 강화 및 컨설팅 비용 일부 지원 △ 스마트 안전 기술 개발 지원 등 현실성 있는 정부· 지자체의 정책 및 지원사업 마련 등도 촉구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상황 속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따른 기업의 행정적·경제적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더욱이 경영자의 과도한 처벌과 모호한 법조항으로 인해 자구적인 대응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부담이 큰 상황이다"며 "기업들이 법의 취지에 공감하고 법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관리자 공급부족과 모호한 법 조항으로 인한 혼란, 안전담당자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 해소를 위한 현실성 있는 법개정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주화기자 jhh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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