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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마다 수익사업 발굴에 '선택과 집중'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과거의 경우 지자체에서는 대규모 SOC 사업 유치나 국비사업 발굴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그 흐름의 맥은 바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의 개발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한강 프로젝트와 조선왕조 성곽복원, 경남의 우포늪 생태탐방, 순천만의 환경관광,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등이다.
 지역에서 자신들 만의 정체성을 살린 생태관광 사업에 뛰어든 것은 오늘의 흐름이 '삶의 질'을 추구하는 '몸'의 문화적 담론에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의 작은 도시인 시흥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수도권 팽창의 상징인 경기도 시흥의 경우 작은 농촌마을이 공단으로 바뀌고 환경이 나빠지면서 지역의 정체성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시흥시는 도농 복합도시인 시흥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시흥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리는 길을 옛 길에서 찾았다.


 그 사업이 바로 시흥의 '늠내길' 조성사업이다. 늠내는 고구려시대의 지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씩씩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생명도시 시흥' 의 늠름한 기상과 '은근하게 뿜어내는 아름다운 자연의 향내가 묻어나는 도시'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시흥시에서는 낭만적인 바다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길' 조성과 논과 어우러진 수로를 따라 걷는 '물길' 등을 개발하고 있다.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이자 시민단체가 호응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주말이면 수도권의 많은 사람들이 '늠내길' 걷기에 동참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같은 탁견과 달리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운동이 확산된 생태관광사업도 많다. 너무나 많이 알려진 일이지만 제주도의 '올레'와 지리산의 '둘레'가 그렇다. '올레'는 '집으로 통하는 골목길'을 뜻하는 순수 제주어로 제주 출신 언론인 서명숙씨가 첫 발을 딛고 난  이후 전국적인 관광코스가 됐다. 한 언론인의 제주 사랑과 지자체의 지원이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한 올레길은 이제 생태관광을 넘어 올레에 연결된 제주지역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지리산생명연대'가 앞장 선 지리산길 '둘레' 사업은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16개읍면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여km의 장거리 도보길을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단체는 오는 2011년까지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하여 길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 단체에서는 지리산 둘레길을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찾아내 이를 서로 잇고 보듬는 길로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음달 서울에서는 '하이서울 걷기대회'가 열린다. 한강을 끼고 도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려는 이 행사는 서울의 가치를 높이고 서울의 역사성을 '한강의 기적'과 함께 공유하려는 서울시의 의지가 깔려 있다. 서울시는 나아가 북한산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조성된 조선시대 수도 서울의 성곽길을 복원해 '옛 성곽길 걷기대회'도 기획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같은 정체성 찾기는 서울시 자체 기획안으로 나온 것은 아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중심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나가려는 언론사의 아이디어와 합작한 사업이다.
 울산에서도 해마다 많은 행사가 열린다. 울산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내건 행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이들 행사가 가진 정체성이 어디에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울산의 경우 수천년전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반구대 고래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산업입국'의 기치 아래 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의 이야기까지 하나로 묶어주는 대표적인 행사는 불행하게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제 울산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이를 내실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오염의 상징인 태화강이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학습장이 됐다. 


 이제 태화강을 사람과 생명, 성찰과 순례의 물줄기로 이어갈 콘텐츠로 연결할 때가 됐다. 강이 문명을 만들고 역사를 이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온 의미를 되짚어 역사를 복원하고 문화를 잇고 미래를 여는 강으로 물길을 열 때가 됐다. 반구대암각화를 출발해 선바위 아래 큰 숨을 들이 마시고 십리대숲을 돌아 명촌나루까지 강바람을 친구삼아 걷는 길이 바로 그 물길이다. 이제부터라도 울산은 이 길을 울산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상징으로 가꾸고 다듬어 내일을 향한 미래의 길을 열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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