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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계묘(癸卯年) 새해는 서기 2023년(단기 4356년)이고 육십갑자(六十甲子) 간지(干支)로는 계묘(癸卯)가 된다. 계묘(癸卯)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간지(干支) 중 40번째에 해당하고 띠로는 12띠 중 네 번째 띠로 묘년생(卯年生)을 가리킨다. 납음오행(納音五行)으로는 임인계묘(壬寅癸卯)는 금박금(金箔金)이다. 시(時)로는 오전 5시부터 오전 7시까지, 방위로는 정동(正東), 달은 봄 2월, 계절은 2월 경칩에서 3월 청명 전까지, 서양 별자리로는 물고기 좌에 해당한다. 오행(五行)으로는 음목(陰木)에 해당하고 계(癸) 역시 음수(陰水)로 올 새해는 양기(陽氣)보다는 음기(陰氣)가 더 강하다. 또 계묘(癸卯)의 계(癸)가 의미하는 색상은 검은색이고 묘(卯)는 토끼이므로 새해 계묘(癸卯年)년의 계묘(癸卯)는 한마디로 귀여운 검은 토끼다.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일상 속 토끼의 상징과 토끼띠의 성격
토끼는 우리의 정서 속에 가장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조그마하고 귀여운 생김새며, 놀란 듯한 표정에서 약(弱)하고 선(善)한 동물로, 그리고 재빠른 움직임에서 영특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원만한 기풍과 자애로운 정을 지닌 순하고 꾀가 많아 예로부터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겨 왔고 강한 번식력(다산)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동물이다.

또한 달 속에 산다고 하는 이상세계의 신수(神獸)로서 달과 동일시되며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사는 이상향을 꿈꿨다. 이 때문에 토끼는 장수(長壽)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또 현실 세계에서의 토끼는 지상의 어느 동물보다도 지략과 지혜, 재빠른 움직임을 가져 영특한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토끼띠는 온화한 성격에 상당히 애교가 있다. 넉넉하고 원만한 기풍과 자애로운 정으로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느긋하고 온화한 기질의 소유자다. 그리고 착한 성질을 타고난 이상주의자이며 심미적 감수성이 뛰어나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또한 내성적이며 완벽성을 추구해 훌륭한 판단력과 학자적 기질이 있기도 하다. 상냥하고 지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으므로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신임 또한 두텁다. 지나치게 예민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냉정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일이 주어졌을때 완벽하리만큼 일을 주도면밀하게 이끌어가기 때문에 섬세하고 신중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토끼띠를 가진 사람들은 순하고 온순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반대로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특징도 함께 지니고 있다. 

가끔은 아주 심사숙고하는 태도로 느릿느릿 행동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타고난 조심성과 신중함 때문이다. 

토끼띠생은 비판해서는 안 될 때를 잘 알고 있다. 상대가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늘 배려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특성때문에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적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분규에 말려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관대한 태도를 취한다. 다툼에 빠져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유약하고 기회주의적이며 자기 멋대로라는 평판을 듣기도 한다. 토끼띠생의 안녕을 염려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민첩하고 영리하며 위험에서 벗어날 줄 아는 훌륭한 감각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다.

설화·풍속에 나타나는 토끼
토끼와 관련된 설화는 문헌설화보다는 구전으로 전승된 것이 많고 가장 오래된 토끼설화는'삼국사기' 김유신조에 실려 있는 구토 설화다. 이후 이 설화는 권문해의 '대동운부군옥'에 '구토(龜兎)'라는 제목으로 재수록됐다.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에 청병하러 갔다가 염탐꾼으로 몰려 죽게 됐을 때, 보장왕의 총신 선도해에게 청포 300포를 뇌물로 바치고 구해주기를 청하자 선도해가 취중에 들려준 것이 바로 '거북과 토끼'의 설화다. 토끼의 지혜와 슬기가 암시된 이 설화가 오늘날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소리 설화로는 판소리 수궁가를 비롯한 잡가 토끼타령, 판소리계 우화소설인 토끼전, 별주부전 등의 많은 토끼설화가 소리, 타령 등 세인들에게 구전되고, 문헌으로 전재되거나 판소리로 전승되고 있다.

역사 기록에서 토끼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 6대 태조왕 25년(서기 77년) 10월 부여에서 긴 꼬리와 뿔 셋이 달린 토끼를 바치자, 이는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겨 나라에 사면령을 내렸다는 기록이다. 

토끼날에 대한 풍속도 있다. 음력 정월 첫 번째 묘일(卯日)을 '토끼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날은 장수를 비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이날 새로 뽑은 실을 '톳실'이라고 하는데, 이 실을 차고 다니거나 옷을 지어 입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앙을 물리친다는 풍속과 함께 약 한 자 정도의 명주실을 청색으로 물들여 팔에 감거나, 옷고름이나 주머니 끈에 차면 명이 길어진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또 토끼는 털이 많은 짐승이라 정초에 묘일이 들어 있으면 목화가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토끼가 주는 순결함과 평화로움 때문에 토끼를 이상향에 사는 동물로 만들어 놓았다. 달은 성장·풍요·번창 등을 대변하는데 계수나무 아래서 약방아를 찧는 토끼를 보며 평화롭고 풍요로운 불로장생의 이상 세계를 꿈꿔왔다. 조선시대 회화 및 민화에 토끼가 자주 등장하는데, 대부분 부부애와 자손을 기원하거나 달과 관련된 것이 특징이다. 

농부들은 토끼가 나타내는 시간인 새벽 5시에서 7시 사이에 일을 하러 나가는 시간으로 만물의 성장을 뜻한다. 이러한 상징을 현실의 생활공간으로 형상화한 건축물이 있다. 창덕궁 대조전 뒤뜰 굴뚝, 경복궁 교태전 뒤뜰의 석연지에 토끼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모두 여성들의 생활공간으로 달, 월궁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 속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영원히 살 수 있는 신선세계가 있다고 믿었다.

토끼는 민화나 조각 등에서도 자주 등장할 뿐 아니라 사찰 곳곳에서도 전각, 조각, 벽화 등을 통해 다양한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서울 화계사, 순천 선암사, 김제 금산사, 남원 선원사, 상주 남장사, 양산 통도사, 여수 흥국사 등이 대표적인 사찰이다. 

류동준 도혜철학원장
류동준 도혜철학원장

특히 전남 유형문화재 제169호인 순천 선암사 원통전에는 방아 찧는 두 마리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원통전 출입문에 장식된 토끼는 '투조모란꽃살문'의 하단에 조각된 것으로, 둥그런 달을 2중 원으로 표현하고 그 속에 두 마리의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다. 서울 화계사 나한전 벽화에서는 꼬리를 늘어뜨린 백호에게 담뱃대를 전달하는 토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제 금산사 보제루에는 누운 자세로 건물 부재를 받치고 있는 한 쌍의 토끼가 있으며, 여천 흥국사 대웅전 축대 위에는 돌을 깎아 만든 토끼상이 있다. 

통도사 명부전 내벽에는 토끼가 거북이 등에 올라타고 용궁을 향해 가는 장면을 그려져 있으며, 남장사 극락보전의 그림은 토끼와 거북이 일행이 육지를 막 떠나는 장면을 그렸다. 사찰에서 나타나는 토끼의 경우, 단순히 토끼 문양이 아니라 밝고 깨끗함을 상징하는 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토끼로써 달을 표현하는 것은 전통시대 장식 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징적 수법이다. 

이처럼 사찰 건축 및 그림들에 나타난 토끼는 부처님의 본생담과 관련 있는 동물로 사찰 장식 미술의 소재로 수용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돼 왔다. '귀묘도'(龜卯圖)는 토끼가 거북의 등에 올라 용궁에 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민화 중에 큰 호랑이 앞에서 작은 토끼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림이 있다. 서민과 양반의 평등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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