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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 당내 경선이 언제부터 그렇게 중요한 통과의례가 되었는지, 요즘은 여야를 떠나 여기에 목을 매고 있다. 지난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지지율 10%대 미만의 주자들로도 경선이란 정치이벤트를 거쳐 대통령 당선자가 나왔던 민주당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를 경험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 범여권 진영에서는 벌서 오래전부터 대선 전략을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이제는 여당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다. 16일 대선후보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 간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를 달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금명간 손 전 지사를 직접 찾아가 경선 참여를 설득할 예정이고, 다른 당직자들도 일제히 '아름다운 완주'를 주문하고 나섰다. 진보개혁 이미지의 손 전 지사가 경선에서 중도하차하거나 탈당 등 제3의 길을 모색할 경우 경선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면서 경선 자체의 흥행이 떨어지고, 본선 경쟁력도 그만큼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 대표는 이르면 이날 오후 손 전 지사가 칩거 중인 강원도 양양 낙산사를 찾아 중재안을 제시하고 대승적 차원의 수용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현재 손 전 지사의 입장을 배려해 '8월-20만명'안 이외에도 여러 절충안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협박성 회유도 하고 있다. 황우여 사무총장이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대선 승리라는 열매를 맺으려면 당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국민 속에 뿌리박고 있어야 하고, 후보는 가지처럼 당이라는 나무에 꽉 붙어있어야 한다"면서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순간 자만이 시작되고 이야말로 패망의 시작"이라며 손 전 지사의 경선참여를 촉구했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도 "경선 참여 여부를 고민하는 모양인데 불참할 경우 '승산이 안보이니까 구실을 만드는구나' 하는 평가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손 전 지사가 끝까지 완주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면서 "손 전 지사는 결코 탈당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대선주자 대리인을 사칭하는 이른바 '사설위원장' 논란 등 각종 경선 관련 잡음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착수했다. 당 차원의 원칙대응이긴 하지만 '줄세우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해 온 손 전 지사의 주장도 어느 정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본인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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