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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오감을 통해 주위의 사물을 인식한다. 예를 들어, 우리 눈앞에 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눈을 통해 의자 색깔과 형태를 지각하고, 의자는 우리가 앉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인식한다. 우리는 어떤 인지과정을 거쳐 의자를 그렇게 인식하는가? 깁슨(Gibson)이라는 인지심리학자는 위 질문에 유명한 대답을 내놓았는데, 지각에 대한 그의 이론은 공학자들에 중요한 함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심리학-공학 연계하면 막강 시너지


 지각에 대한 깁슨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비판했던 고전적 이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고전적 견해에 의하면, 의자에서 광자(photon)들이 튀어나와 눈의 망막을 자극한다. 망막의 자극에 의해 신경신호가 생성되고, 생성된 신경신호는 뇌에 전달되어 우리의 정신이 의자를 지각하게 된다. 깁슨은 고전적 견해가 지각을 순전히 정보처리 과정으로 보고 있고, 인간을 외부로부터 주어진 정보만을 처리하는 피동적인 존재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깁슨에 의하면, 인간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정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사물과 상호작용도 하는 능동적인 존재이다. 예를 들어, 의자를 바라보고 의자의 색깔과 형태를 지각할 뿐만 아니라 의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의자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한다. 우리는 의자와 이런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의자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획득한다. 선풍기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선풍기의 색깔과 형태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선풍기의 스위치를 틀어 땀을 식혀 선풍기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주위의 사물들과 항상 상호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사물을 지각할 때 그 사물과 어떤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도록 그 구조가 결정돼 있다. 우리에게 주위 사물은 관찰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의 대상이기도 하다. 깁슨은 지각에 대한 위 통찰에 근거해 행동유발성(affordance)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행동유발성이란 우리에게 적절한 행동을 유발하도록 만드는 사물의 속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표면이 부드러운 의자를 보면 우리는 앉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런 의자는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므로 행동유발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표면이 까칠까칠한 의자를 보면 우리는 앉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의자는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지 못하므로 행동유발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공학자, 마음 움직이는 제품 만들어야


 깁슨의 인지이론은 공학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공학자들은 일상용품을 만들 때 행동유발성이 높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카메라는 소비자가 보았을 때 들고 다니면서 찍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시각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자동차는 소비자가 보았을 때 운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시각적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행동유발성이 높은 물건들은 잘 팔리며 소비자들에게 유용하다. 시각적 디자인지 잘못되어 소비자들에게 엉뚱한 행동을 유발하는 물건들은 행동유발성이 낮고 시장에서 실패하게 돼 있다.
 심리학과 공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에서 소개된 것은 한 가지에 불과하다. 어쨌든, 심리학자와 공학자가 협동 작업을 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울산과기대가 융합학문을 지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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