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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가 막 도약을 시작하던 시절, 유학만 갔다 오면 비록 놀고 왔다 하더라도 황송한 대접을 받았다. 일단은 선진국을 배우고 따라가야 할 처지에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유학을 갔다 왔다는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귀했다. 너나없이 모두가 먹고살기 빠듯한 시절에 유학을 간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선 언감생심이었다. 이는 60~70년대 통계가 잘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가운데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1천명 안팎이었다. 이러니 서울이 아니고는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한명이 있을까 말까 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평생 대통령이라는 호칭보다 '이 박사'라 불러주는 것을 더 좋아했을 정도로 박사도 귀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삼국시대의 '박사'라는 호칭이 곧 벼슬로 통하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유학생뿐만 아니라 박사도 넘쳐난다. 무슨 박사가 그리도 많은지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하디흔한 것이 박사다. 배움에 대한 타는 목마름의 결과다. 무지렁이의 서러움을 혹독하게 경험했던 우리 선배세대들의 자성과 분발이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  배움과 박사라는 타이틀보다 능력과 개성이 더 존중되고 있다. 물론 특수한 분야에는 특수한 자격증과 배움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세상살이에 보편화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평생 써먹지도 못할 배움의 고된 장정을 떠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교육 엑서더스'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유학중인 한국 학생수가 조만간 10만명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이민세관단속국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작년 4.4분기를 기준으로 미국의 학교에 등록해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유학생 중 한국 출신은 9만3천728명으로 전체의 14.9%를 차지, 출신국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ICE는 한국의 뒤를 이어 인도(7만6천708명), 중국(6만850명), 일본(4만5천820명), 대만(3만3천651명), 캐나다(3만1천234명), 멕시코(1만4천453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유학생은 지난 2004년말 7만3천272명에서 2005년말 8만3천854명으로 12.6% 증가했고, 작년과 비교해서도 10.5%가 늘었다. 한국 출신 유학생 가운데 학력별로는 대학생이 3만9천365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생이 3만6천835명이었으며 초.중.고 유학생도 3천749명에 달해 한국의 조기유학바람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들이 직업 없이 빈둥댈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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