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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천이 큰물로 넘치거나 준설(浚渫)을 하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하천 바닥에 쌓인 오니(汚泥)다. 그 속에 어떤 성분의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어느 정도의 두께로 쌓여있는지 등 일체를 비밀로 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이념대립과 사회갈등의 구조도 이 같은 오니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대형 이슈가 터져야 만이 실체를 드러낸다. 그렇지 않은 평상시에는 내연(內燃)에 머물러 있다. 속으로 끓는(내연) 정도에 따라 폭발력의 강도가 결정된다. 이번에 천안함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계량(計量)할 기회조차 없이 묻혀갔을 것이 우리사회의 좌우(左右) 이념대립이다. 해방과 6.25를 전후, 우리사회는 이들 양 세력의 죽기 살기 싸움판으로 전락했다. 단 하루도 이 몹쓸 굿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로의 생각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자식과 형제까지 갈라놓았다. 이 세월이 70년대 초반까지 갔으니 20년이 넘는 세월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시기 국론분열이 국가와 가족, 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악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도 똑똑히 지켜봤다.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공과(功過)를 떠나 이 같은 이념대립을 끊어냈다는 것만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가히 숙정에 가까울 정도로 이들 좌익, 좌파들을 누르지 않았다면 오늘의 번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와 신군부정권이 싹을 잘랐다고 여겼던 이 좌익 세력이 김대중 정부 이후 조금씩 준동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백주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우리 해군이 자랑하는 초계함정이 어느 날,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맥없이 서해바다의 시커먼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격침이 됐던, 아니면 침몰을 했던 원인을 따지기 전에 우리의 46명이나 되는 젊은 장병과 함께 수장이 됐다는 사실만으로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닌가. 그런데 여기에 왜 북한이 개입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두고 우리가 공방을 해야만 했는지 해괴하기 짝이 없다. 천안함의 침몰 시간이 몇 차례나 정정되고 해군과 국방부의 초기 대처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것과 이 논쟁은 별개의 사안이다. 특히 좌파들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침몰 원인을 예단하지 말라고 했던 말을 매개로 저들 멋대로 작문을 해댔다.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북침 가능성을 주장하는 우익 진영의 목소리에는 아예 귀를 닫은 채 저들의 논리만을 강변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해 나갔다. 그리고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침몰된 초계함을 걸고넘어지는 일이었다. 예컨대 상대의 공격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침몰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장비라는 점에 방점을 찍고 나왔다. 그리고 해류가 빠르고 수심이 얕은 근해로 항해를 했다는 자체를 문제 삼으며, 북한 공격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궤변은 국회의사당,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우리 군과 유가족들을 한없이 분노하게 만들었다. 피로파괴설이니, 암초충돌설 등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에게 국가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그 잘난 저들의 이념에만 매몰되어 있다.


 천안함 사고는 김정일이 "내가 했다"고 자백하지 않는 한, 완벽하게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생존 장병들의 증언, 영상자료와 음파·지진파기록, 함미와 함수 부분에 남아있는 정황증거 등을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얻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계해야 할 첫 번째가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한 치도 진전시킬 수 없다. 그런데도 저들 좌파들은 이것만은 한사코 배제하려 하고 있다. 북한이 당장 전면적인 무력침공을 하더라도 이 같은 사슬에 묶여 있을 부류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북한이 노리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여파가 우리 국익에 어떻게 작용할지보다 북한 체제의 안정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저들 좌파들이라는 데 있다. 제도권 언론이나 인터넷만 아니다. 몇 사람만 만나도 이들 좌파들은 천안함을 놓고 저들의 논리를 전하는데 핏대를 올린다. 정보를 검색하고 글 쓰는 것을 밥벌이로 하고 있는 필자가 혀를 내두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저들 입맛에 맞춘 이론무장은 완벽에 가깝다. 사회적으로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직업군까지 광범위하다. 이들은 스스로 좌파라 불리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좌파는 곧 선이고, 우익은 부패요 악이라는 것이 저들의 가치체계다. 천안함 사건이 이들 좌파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동시에 우리사회에 좌파의 뿌리가 얼마나 깊고 견고한지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분단국가, 주적(主敵)이 엄존하고 있는 국가에서 이를 계량화한 자료가 없다면 무엇으로 적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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