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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노조가 정부의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에 따른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반발해 총파업을 결의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적인 모습이다. 노조의 대비책 못지않게 일반조합원들도 적극적이다. 노동조합이 재정자립을 위해 조합비 인상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조합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중노조가 최근 조합원 2천명을 대상으로 조합비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현재의 조합비에서 0.3~0.5%포인트를 인상하는데 대한 찬반의견을 물은 결과 조사대상의 73.3%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노조와 조합원 간의 상생의지가 돋보이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회사에서 받아오던 노조전임자임금을 노조가 지급해야 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의지다. 현재 현중노조원들은 기본급의 0.9%를 매달 조합비로 내고 있다. 그런데 조합비를 노조의 의지대로 0.3~0.5%를 인상하면 조합비 부담은 기본급의 1.2~1.4%로 늘어나게 된다. 전체 조합비도 현재보다 33~55%의 인상효과가 나타나게 됨으로써 회사의 임금지원이 없이도 얼마든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판단이다. 노조는 또 별도의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수익사업으로는 사내 직영주유소, 식당 및 매점운영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노조의 재정사업에 대한 찬반의견에서도 조합원들은 압도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노조전임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현재 2년인 대의원 임기를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에는 전체 응답자의 68.7%가 찬성했다. 이에 반해 임원 임기를 늘리는데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를 보냈다. 현중노조의 전임자는 현재 55명이고, 이들에게 연간 지급되는 임금은 총 34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때문에 회사가 전임자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올해 7월 이후에도 노조는 충분히 살림을 꾸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종쇄 현중노조위원장은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조치를 두고 환영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회사로부터 전임자들이 임금지원을 받으면서 회사를 상대로 조합원권익 투쟁을 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국이나 유럽 등 산업선진국에서는 전임자임금지원을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만 이를 유지해왔다. 일천한 노조역사에 비춰 과도기적 현상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이제는 이를 끊어내야 할 때다. 현중노조의 신속한 판단과 결정이 이래서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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