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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들의 결혼관도 갈수록 무뎌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 자료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 세대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청년은 지난해 5월 기준 35.4%로, 10년 전인 2012년 56.5%보다 20.1%포인트 줄었다. 이는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전체 인구 비율(50%)보다 13.6%포인트 낮다. 청년들의 결혼관이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 절반 이상이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겠다는 점이다. 이 비율은 2018년 46.4%, 2020년 50.5%, 작년 53.5%(여자 65%, 남자 43.3%)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청년 인구 절반 "자녀 없어도 돼"…금전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

 

 특히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가족 구성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지고 있는 점도 유념할 일이다. '꼭 결혼을 하지 않아도 자녀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혼 출산' 지지 청년의 비중은 39.6%로, 10년 전보다 9.8%포인트 증가했다. 남자(40.2%)가 여자(38.8%)보다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비중이 높았다. 

 게다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80.9%로, 10년 전보다 19.1%포인트 높아졌다. 10명 중 8명이 비혼 동거에 동의하는 셈이다. 아울러 청년 중 31.5%는 입양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고 국제 결혼에 대해서는 청년의 83.3%가 긍정적으로 답한 점도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에 있다. '결혼자금 부족'(33.7%)을 가장 많이 꼽았는데, 여성(26.4%)보다 남성(40.9%)이 많았다. 이어 '결혼 필요성을 못 느낌'(17.3%), '출산·양육 부담'(11%), '고용 상태 불안정'(10.2%), '결혼 상대 못만남'(9.7%) 등 순이었다. 결국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전혀 과장이 아닌듯 하다. 20대 이하 청년층 취업자는 8개월째 감소세를 보여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실업인구가 126만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청년 백수'는 4년제 및 3년제 이하 대학 졸업자가 66만 6,000명, 대학원 졸업 이상자가 1만 2,000명으로 대졸 이상자가 전체의 53.8%를 차지했다. 이들은 직업훈련을 받거나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도서관 등에 다닌다고 응답했는데,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자도 4명 중 1명꼴로 나왔다. 

 

생존문제 우선 해결 위해 일자리 대책 재설계 발 벗고 나서야

 

 청년실업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얻지 못해 놀고 있는 고급인력이 수두룩하고 상당수는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형편이니 어디 결혼할 마음이 들기는 하겠나 싶다. 오히려 이런 궁핍 속에서는 정신건강 유지 자체가 어려울 게다. 정상적인 사고체계가 무너지고, 여차하면 사회불안 요인으로 등장할 개연성도 크다. 결국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가치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우선 '청년 백수'들이 결혼은커녕 당장 생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절실한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행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재설계에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MZ세대의 특성에 맞는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청년들이 쉽게 진입이 가능한 노동시장과 공정한 임금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의 삶에 더 깊이 다가가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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