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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치매 극복의 날(매년 9월 21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치매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사회 전체가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1995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기념일로 지정해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다. 이후 2011년 8월 4일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9월 21일을 법정기념일 지정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치매는 뇌의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의 다양한 활동에 제한이 생기는 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노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병이다. 이들에게는 암보다 더 무섭다고들 한다. 본인과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주는 탓이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자주 발병되는 사례를 볼 수 있어 더욱 안타깝다. 

본인·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암보다 무서워"
 통상적으로 치매는 현재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를 통해 그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치매극복의 날은 누구나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예방과 관리에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는 데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지금은 치매를 당사자 및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모든 시민이 치매 걱정 없는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하는 일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날을 전후해 치매의 이해를 돕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필요한 간호지원과 서비스를 홍보하고 치매를 초기에 발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일련의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울산시도 울산광역치매센터와 함께 지난 18일 제16회 기념식과 함께 중앙치매센터와 연계해 치매환자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치매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뮤지컬 공연 등 '치매 친화 도시 울산'을 만들기 위한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관리 가능한 병이라는 인식 확산도 중요
 하지만 아직도 치매 환자 실종신고는 전국적으로도 증가 추세다. 치매 환자 실종 신고는 2018년 1만2,131건, 2019년 1만2,479건, 2020년 1만2,272건, 2021년 1만2,577건, 2022년 1만4,527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벌써 7,017명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이처럼 치매 환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치매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은 미진하다.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인지능력, 시공간파악 능력이 떨어지면서 길을 잃거나 야산, 배수로 등에 빠지는 낙상사고 혹은 날씨 변화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안전망 구축이 절실히 요구된다. 실제로 안전보호망 미흡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잇따랐다. 또한 치매 환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도 미흡한 실정이다. 치매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요양보호사도 부족하고 이들에 대한 대우도 열악하다. 지역에 맞는 적절한 개선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치매 정책이 만족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치매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정부 대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반시설 구축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경증 치매 환자는 방치되다시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치매 환자 급증에 따른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 환자나 가족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치매의 초기 증상을 나이 들어 생기는 병으로 무심코 넘긴다거나 치매를 불치병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더이상 없어야 하겠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제부터라도 치매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하면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는 사실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시민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와 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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