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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여전하다. 아직도 고졸 출신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 공직자가 나올 때면 으레 '고졸 신화'를 낳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고질병인 대학 입시경쟁 과열 현상이 부른 악영향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직업계 고등학교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존립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한탄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과 관계 당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해결책이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고졸채용 활성화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울산시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고졸채용 비율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국회 교육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3,390명을 채용했다. 그 중 고졸채용은 79명으로 2.3%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17개 시·도교육청의 고졸채용비율인 3.2%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공공기관의 고졸채용이 교육청에 비해 높은 7.6%로 드러난 게 눈에 뛰는 현상이다. 고졸채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교육청의 고졸채용 비율이 공공기관 고졸채용 비율보다 낮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특히 울산시교육청의 경우 최근 5년간 총 285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에서 고졸채용은 5명에 그친 초라한 결과를 보였다. 년도별로는 2018년 36명을 채용하면서 고졸채용은 2명만 선발했고, 2019년에는 57명 선발에 0명, 2020년도는 98명에 3명, 2021년도 57명과 2022년도 37명을 각각 채용했으나 고졸채용은 한 명도 없었다. 정말이지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같은 결과를 보인 데는 또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학교졸업 이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은 '청년 백수' 인원이 100만 명을 훨씬 웃돈 지가 꽤 오래됐다는 점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인구 841만 6,000명 가운데 재학·휴학생을 제외한 최종학교 졸업자(수료·중퇴 포함)는 452만 1,000명이고, 이 중 126만 1,000명이 미취업 상태였다. 이는 결국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일자리를 얻지 못해 놀고 있는 고급인력이 수두룩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일자리를 얻은 상당수가 불안정한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아예 구직을 단념하고 방황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처럼 사상 유례없는 고용 절벽으로 절망하고 있는 형국에 고졸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자칫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깊이 새겨봐야 할 일이다. 당장 대학과 전문대를 졸업한 예비 취업자들이 역차별이라며 형평성 시비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가벼이 넘길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대졸과 고졸 사이에 낀 전문대 졸업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 활성화 정책이 또 다른 분란의 소지를 키워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제도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전환해 놓고서 별도의 고졸 전형을 두는 것 자체부터 모순이리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다. 대졸 역시 취업 대란에 처한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특정 영역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거나 이중 삼중의 역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정상적인 사고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고, 여차하면 사회불안 요인으로 등장할 개연성도 없지 않기에 하는 소리다.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 등의 속앓이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고졸 채용 활성화 정책이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재설계에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지금의 입시 과열을 막고 대학구조조정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한 고졸 채용 활성화 정책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그 취지가 널리 확산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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