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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경고등이 엄습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3.7%나 올랐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7월에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8월 3.4%에 이어 두 달째 급등세가 이어졌다.

   이 같은 물가 재반등을 초래한 주요인은 무엇보다 국제유가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6월 초순 배럴당 7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중순 93달러를 넘었다. 그 영향으로 ℓ당 1,500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지난달 말에는 1,800원대에 근접했다. 더욱이 10월 첫째 주 들어 국제유가가 급락한 직후 상승세로 전환한 터라 오일쇼크가 우려되고 있는 양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겨울철 수요 증가가 맞물려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5차 중동전쟁이 50년 만에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지난 9일 하루에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이 전날 대비 4%포인트 급등했다. 산업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다시 확산시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 원유 수입을 일년 동안 20% 가까이 늘린 상황이다. 신 중동전쟁이 확산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 부담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 4사는 원유 70% 안팎을 중동에서 수입한다. 중동 위기가 고조돼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 수요가 줄어 정제 마진 감소로 이어질 게 뻔하다.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정부도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마땅하다. 해마다 소비가 살아난다는 연말연시가 곧 다가오지만 올해는 이마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서민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 줄 총체적 물가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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