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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사상 초유의 일로 충격과 우려를 준 정부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의 마비 및 장애 사태가 19일 점검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부는 밝혔다. 하지만 정상가동 여부는 현장 민원 업무가 재개될 월요일 상황을 봐야 정확히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는 전날 오전 재개 후 주민등록발급 등 24만여건의 민원이 정상 처리되는 등 현재까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장애의 원인은 새올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이상이라는 것도 밝혔다.

사실 이번 사태는 17일 출근시간 전인 오전 8시 40분부터였지만 신속히 정상화하지 못한채 시간을 끌다가 급기야 '정부24' 민원업무마저 불통이 됐다. 행안부는 해당 장비를 교체하고 안정화 작업을 한 후 테스트를 거쳐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불안정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나마 인증 문제를 먼저 해결한 정부24 서비스를 18일 오전 10시께 임시 재개한 것으로 위안을 찾아야 했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세계 최고 디지털 기술 강국'이라는 게 참담하다 못해 무색하기가 그지없다.

이번 일이 벌어진 첫날에는 울산을 비롯 전국 공공기관 온·오프라인 민원서류 발급이 모두 중단되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시민들도 각종 행정서류를 발급 받지 못하는 등 큰 불편과 함께 경제적 피해까지 속출했다. 무엇보다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허탕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전입 신고, 부동산 관련 서류제출은 말할 것도 없고 취업지원서 제출, 해외 출국에 차질이 생긴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리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금요일에 사고가 난 탓에 긴급한 업무를 이번 주로 미루게 된 시민들은 월요일에라도 정상 가동되길 촉구하며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정보시스템 서비스 장애로 대국민 민원 서비스가 올스톱되는 건 중대한 재난 사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접속하는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사례가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하는 말이다. 

지난 6월에는 무려 2,824억원을 투입한 4세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인 나이스(NEIS)가 개통 첫날부터 먹통이 되며 교육현장의 일선교사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생겨 많은 이용자가 피해를 입은 바도 있었다. 

다행히 임시 개통한 정부24에서는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 이전에 제공했던 민원 서비스가 모두 제공되고 있어 다소 안정을 찾은 듯하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여겨진다. 정부24의 민원서비스는 주민등록등본 등 증명서 발급서비스 887건, 보육·양육수당 신청 등 신청서비스 171건, 전출·전입신고 등 신고서비스 188건, 그밖에 조회서비스 81건 등 총 1,327건이다. 

이와 함께 중앙 부처, 공공기관 등의 업무와 담당자를 소개하는 등 안내 서비스 9,666건을 포함하면 정부24가 제공하는 전체 민원서비스는 1만993건에 달한다. 이 많은 서비스작업이 중단됐다고 생각하니 아찔할 따름이다. 

시민들의 불만은 또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어도 그 흔한 안내문자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행정전산망 오류 피해가 재난급으로 커졌음에도 정부는 발생부터 사후대처까지 안이하고 부실한 대응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망이나 전력망·통신망 등 국가 기간망의 작동 불능은 안보 분야에서도 치명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 크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제라도 정부는 신속한 복구 대응 체계를 마련해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전산망의 서버 이중화나 백업 관리 등 데이터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다시는 정보기술 오류 사고로 피해를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울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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