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삽화 장세련
삽화 ⓒ장세련

 

그러나 대장이 지시받은 임무는 사체를 인수해 오는 것과 김장복이란 자를 데려오는 것이었다. 이보흠은 오히려 영웅심에 대장이 일을 그르칠까 신신당부를 했다. 

 "우리 군사들은 물론이지만, 저쪽 사람들도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결하게. 단단히 알아듣게나. 아무도 다쳐서는 안 되는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대장은 이보흠의 지시를 생각하곤 빙그레 혼자 웃음을 웃었다.

 "단단히 알아들었으면 천천히 나를 따라 오너라."

 대장은 행렬의 맨 앞에 서서 산채 마당으로 들어갔다. 군사들은 바짝 긴장하여 무기를 잡은 손에 땀이 맺혔다. 그나마 앞에서 어깨를 딱 벌리고 호탕한 걸음걸이로 걸어가는 대장의 뒷모습에 마음이 든든했다.

 "여기 아무도 없느냐. 손님이 왔으면 마중을 나와야 할 것 아니냐. 이 도적놈들아."

 대장은 전쟁터에 나선 장수와 같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에 산채의 문이 빼꼼 열리더니 수염이 검불처럼 무성한 사내가 조심스럽게 걸어 나왔다. 코를 다쳤는지 코에 주먹만 한 헝겊을 대고 있었다. 털보는 쭈뼛쭈뻣 대장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다섯 보 앞까지 다가와 양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하게 섰다. 대장이 거만한 눈초리로 털보를 째려보았다. 

 "네 놈이 이곳 대장이렷다."

 "그렇습니다."

 털보는 대답하면서도 산채 쪽을 바라보았다. 안에 있는 누군가를 의식하는 동작이었다.

 "왜. 안에 누가 있느냐? 네 놈 졸개들은 모두 어디에 처박혀 있는 것이냐? 냉큼 다들 나와 무릎을 꿇리지 못할까?"

 "모두 약초를 캐러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흠흠."

 대장은 산채 뒤 높은 바위 꼭대기에 여러 놈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몇몇 놈은 굵직한 나무 뒤에 숨어있었다. 그중에 덩치가 큰 놈은 옷자락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 마당 한쪽 구석에 거적으로 덮어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열어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장은 거적을 가리키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훈계를 했다.

 "여러 해가 지나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이게 다 뭐냐? 여봐라 너희들은 저 송장을 들고 갈 준비를 해라. 그리고 너 털보야."

 "네, 나으리."

 털보는 대장의 부름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여기 김장복이란 자가 있느냐? 있거든 얼른 데리고 나오너라."

 "알겠습니다."

 털보가 잽싸게 산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털보는 산채 안에 기다리고 있던 노각수에게 김장복을 내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노각수는 단번에 내주라고 지시했다. 김장복은 산채 바로 뒤의 큰 참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털보가 나무 뒤로 걸어가 김장복을 데리고 나왔다. 얼떨결에 털보를 따라 나온 김장복은 순흥 군사들을 보고 오금이 저려 사지를 부들부들 떨었다.

 "네. 이놈 냉큼 무릎을 꿇지 못할까?"

 김장복은 왜 자기 혼자 불려 나온 것인지 이유도 모른 채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

 군사 하나가 포승줄을 꺼내 들었다.

 "오라를 지을까요?"

 "오라는 무슨. 그냥 데리고 가자."

 털보는 군사들이 너무 순하게 대하는 게 이상했다. 상식대로라면 무릎을 꿇린 다음 개 패듯 팬 다음 오라를 짓는 게 순서였다.

 "그런데 털보야."

 대장이 털보를 불렀다.

 "네. 대장님."

 "여기 산삼이 그렇게 많다는데 사실이냐?"

 "네 많이 나긴 합니다." (월·수·금 게재됩니다) 김태환 작가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