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산율 급감은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계기로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 지역 뿐만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 만큼 냉철한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 중 하나가 기혼 여성의 고용여건이다. 통계청의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 10명 중 6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워킹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워킹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15∼54세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60.0%로 1년 전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60%대에 진입한 것은 201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자녀가 있어도 계속 일을 하는 여성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자녀와 동거하는 기혼여성의 취업자 수(-1만3000명) 자체는 감소했으나 혼인 감소로 기혼여성 수(-18만9000명)가 더 크게 줄면서 고용률이 올랐다는 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이 고용률에 반영된 탓이다.

게다가 올해 15~54세 기혼 중 경력단절여성 비중은 17.0%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력단절여성은 15~54세 기혼여성 중 결혼이나 임신·출산, 육아, 자녀교육,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둬 현재 미취업 상태인 여성을 말한다. 

통계에 나왔듯이 요즘 경력 단절 여성이 줄어든 데는 여성 인구 감소와 함께 기혼 여성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도 이유로 꼽힌다. 자녀 수별 경력 단절 여성 비율도 3명 이상 29.4%, 2명 26.0%, 1명 23.1% 순으로 나타났다. 자녀 연령별로는 6세 이하 35.9%, 7∼12세 21.9%, 13∼17세 11.9%로 집계된 걸로 보면 자녀의 양육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일을 그만둔 사유에 있다. 1위는 여전히 '육아'였지만 '자녀교육' 목적으로 떠나는 여성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 결혼 임신·출산 등 전 항목에서 경력 단절 여성 규모가 감소했지만 '자녀 교육'을 위해 떠난다는 여성은 전년보다 1만 명 증가한 6만 명을 기록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부모들이 다른 아이에게 뒤지지 않도록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속사정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사실 워킹맘은 엄청난 책임을 떠안고 생활을 해야 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아이를 챙겨야 하고, 직장에 나가서는 하나의 당당한 여성으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쉬지를 못하는 것이 여성의 삶이다. 핵가족화 시대로 변하면서 이웃간의 교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게 뻔하다. 정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사안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물론 남편의 육아 휴직제 등이 있고, 남편이 육아를 함께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육아만큼은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워킹맘이 직장생활을 하는 때만이라도 맘 놓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같은 육아의 부담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육아를 해결하지 않으면 출산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은 계속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육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주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근로시간은 청년,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등은 물론이고 30·40대 워킹맘의 근무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관심사인 만큼 좀 더 명쾌한 방향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