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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책의 실행에 대한 추진력을 확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것이 국가적 정책이라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는 저출산 대책이 좋은 사례다. 엄청난 예산을 퍼부었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무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난해 기준 연간 51조7,000억원으로 출생아당 약 2억1,000만원이 지출되고 있지만,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국가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게 그것이다.

정부, 지역 특성 맞춤 상향식 종합계획 지원 지방소멸 역량 총동원
 실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지경을 넘어 인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이 2026년 합계출산율이 0.5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할 정도니 하는 얘기다. 이 같은 저출산 위기는 생산성 감소를 낳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030년대부터 0%대로 떨어지고, 2040년대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는 한국은행의 '한국경제 80년 및 미래성장전략'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최악을 가정한 것이지만, 기존의 성장률 전망 중 가장 암울한 수치다. 가히 충격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총인구 감소가 빠른 속도의 고령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고령층(65세 이상) 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생산연령(15~64세) 인구는 급감하면서 생산이 위축돼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노인 부양 부담이 커진다. 고령층이 총인구의 45%를 차지하면서 '청장년 1인당 1노인 부양'시대가 오는 것이다. '인구 소멸'을 말로만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경제 추락을 막으려면 정부가 절박함을 느끼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무엇보다 때를 놓치면 의미가 없는 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역발상이라 할만한 대안을 처음으로 제시해 주목된다. 바로 행정안전부가 16개 부처 합동으로 확정한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기존의 '하향식(Top-down)'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감소지역이 개별 특성에 맞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마련해 제시하면 이를 중앙 부처들이 종합해 지원하는 '상향식(Bottom-up)' 종합계획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효성과 제고 위한 연차별 계획 수립·성과평가 등 적극 대응 필수
 이번 기본계획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비전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새로운 활력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산업 진흥' '매력적인 정주여건 조성 지원' '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도모' 등 3대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기업지방 이전 촉진, 지역특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인구 유입, 낙후지역 인프라 확충, 의료 및 돌봄사각 해소 등을 통한 정주여건 조성 등 16대 추진과제 및 43개 실천과제가 마련됐다. 

 아울러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연 2~3조원 규모의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조성,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맞춤형 특례 제정 등 행·재정적인 지원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내년 1월 출범하게 될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는 정부 재정, 산업은행,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1,000억원씩 투자해 총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해 연 2~3조원의 투자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성과로 이어진다면 더할나위 없다.

 관건은 기본계획의 실효 성과를 높이기 위한 세부 실천 과제다. 행안부는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성과평가도 적극 추진해가기로 했지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말이 아니라 결과를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더욱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인구 절벽 대책을 지속해서 내놓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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