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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지은 지 일정 기간 지난 노후주택은 당장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안전진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단 정비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골칫거리로 여겨져 왔던 주민동의 요건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주택이 너무 낡아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주민들이 있는데 건물이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로 절차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재건축·재개발 절차규제 완화 조치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공급 확대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더욱 키운다. 

실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경제적·시간적 부담이 의외로 많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우선 직접 비용을 들여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야 한다. 위험도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만드는 등 정식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낮은 등급을 받기 위해 아파트 하자가 발생해도 방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생활불편을 넘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재개발은 주택 형태와 규모, 주민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고 주민 동의 요건 등도 까다로워 곳곳에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주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같은 경기 침체 때는 바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는 게 문제다. 고금리에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알짜배기'를 제외하고는 사업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금리가 낮아지고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면 시장 불안의 불쏘시개가 될 공산도 있다. 과거 여러 정부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건설 경기부터 부양하려다 나중에 부동산 시장 과열과 집값 폭등이라는 부메랑을 맡기도 했다. 정부는 같은 실책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입안 시 현실적인 내용을 접목해야 할 것이다. 제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현장에서 실현되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울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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