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 하는 사람에게는 제일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세금 문제에 따른 세무조사다. 가혹한 세금이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도 있다. 정부가 기업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예산을 쏟아부어도 개선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이유가 근본적인 세금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출산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부영그룹의 통 큰 행보가 집중 조명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이 그룹은 얼마전 아이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아이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애로가 컸다고 한다. 역시 세금 때문이다. 세법상 근로소득세나 증여세를 매길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부영의 경우 출산장려금에 근로소득세와 지방세 42%(4,200만 원)가 붙자 부영이 '근로소득' 대신 '증여' 방식으로 지급한 이유다. 증여로 돌려도 10%의 증여세(1,000만 원)에다 회사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 2,600만원 감면을 포기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업들의 지원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사회적 질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무 행정이 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국세행정 운영방안'은 이 같은 배경과 취지로 이뤄진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국세청의 이번 방안을 보면 올해 세무조사 규모를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고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조사는 원칙적으로 자제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세무 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의 일환인 셈이다. 형편이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큰 선물을 받은 듯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모바일 기반의 종합소득세 간편 신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오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부터는 생성형 AI 상담을 시범 도입한다고도 밝혔다. 결국 본연의 업무인 세입예산의 안정적 조달을 첫 번째 과제로 두고, 이를 위해 K-전자세정 혁신을 통해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 비대면 납세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부분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에게 납부기한 직권 연장, 압류·매각 유예 등 세정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민생 회복에 온기를 더하는 따뜻한 세정을 위하는 길이라고 국세청이 강조할 만하다. 국세청은 공정한 세무조사와 세원 관리를 위해 우선, 민생 회복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사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1만4,000건 이하로 운영하고, 중소·영세납세자에 대한 조사는 원칙적으로 자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람직한 조치로 기대 또한 크다.

 반면 불법 사채, 주가조작, 다단계판매 사기와 같이 서민 생활을 위협하는 탈세는 엄단하고, 악의적 고액체납자에 대한 기획분석과 현장 징수활동을 강화해 은닉재산을 샅샅이 색출키로 했다. 또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세무조사 감독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국선세무대리인 지원대상을 중소 개인 납세자에서 영세법인까지 확대한다는 점도 의미가 각별하다 하겠다.

 더불어 영세사업자와 수출기업 등에는 부가가치세·법인세 환급금을 법정기한보다 최장 20일 앞당겨 지급하고 더불어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힘이 되도록 수출·투자 기업 세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세무 컨설팅 보강을 통해 납세자의 세금 문제도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도 덧붙였다. 맥을 제대로 짚었다고 판단된다. 공정한 세정을 통해 민생 회복과 경제 재도약, 경제활동의 자유를 세정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국세청의 한시 조치인 세무조사 유예 등이 성실 납세자들의 성실신고 동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무조사 중단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서다. 국세청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