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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 한편에서는 '의대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 전부터 수험생들에게 불어닥친 '의대 선호' 바람이 최근에는 '늦깎이 의대 입학'의 꿈을 품은 직장인들에게 불고 있다는 소식이다.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명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계획이 발표된 이후에 나타난 또 하나의 이상 징후다. 학원가에는 벌써부터 직장인들의 문의와 등록이 폭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의대 야간특별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 중에는 30대 중반의 대기업 과장·대리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이 그리 멀지 않은 50대 금융회사 간부나 50대 사업가 등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40대 후반 고위공무원들도 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안 그래도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은 이미 작동 불능 직전까지 간 상태라는 한탄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제조업 기반마저 붕괴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된 데는 우수 인재들이 기초과학과 전기, 전자, 컴퓨터, 기계, 화학공학 등 이공계분야에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가 되면 '면허'라는 확실한 장치가 있고, 소득 환경도 좋아지기 때문에 남보다 더 큰 보상을 받기 위한 개인적인 선택을 강제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달리는 사회에는 활력이 있을 리 없다. 미래 또한 보장할 수 없다. 지금은 또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첨단 기술 분야 인재 양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물론 능력에 걸맞는 대우 없이 산업계에 인재들이 오길 바라는 것도 허황된 꿈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 계획에 의료 불균형 해소책과 함께 의대 쏠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대책도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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