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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젊은 두 소방관이 순직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방관에 대한 근무환경 개선과 순직 소방관의 예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을 위한 숭고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함에도 반짝 관심에만 그친 데 대한 후회와 반성의 한탄도 섞였다. 그동안 불의의 사고가 날 때마다 다양한 대책들이 나왔지만 진압과 구조의 현장에는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고 보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헌신했던 제복의 영웅들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말하긴 너무 염치없는 소리 같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순직한 소방관만 40명에 이른다. 소방관을 잃을 때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크게 변화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 한 해에 1,000명 넘는 소방관이 심각한 상처를 입어 입원해도 턱없이 부족한 간병비로 고통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순직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남은 소방관들의 심적 피해 또한 클 수밖에 없을 터이다. 소방청 등이 지난해 소방공무원 5만2,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 증상 등 심리 질환에 시달리는 위험군이 43.9%(2만3,060명)에 이른다. 동료의 비극을 목격한 소방관의 충격을 짐작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 소방청이 최근 순직 소방관에 대해 중앙·시도간 차별없는 예우 체계를 확립하고, 유가족 복지향상과 생활 보장을 위한 법적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 6월 시행을 목표로 의견조회, 규제심사 등 내부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순직 소방공무원 예우 및 유가족 지원규정안'이 그것이다. 이로써 순직 소방공무원 및 유가족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지원 근거도 마련되는 셈이어서 기대가 크다. 

 안 그래도 소방청은 올해부터 전국의 구조구급대원에게 지급되던 활동비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장기 투병 소방공무원에 대한 간병비도 1일 최대 15만원으로 현실화했다. 명분도 있고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여길 만하다. 또한 출동 대원의 생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바로 구조대원을 투입해 구조하는 '스마트 안전관리시스템' 개발 실증연구에 예산 28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당장 이달부터 순직 소방관의 순직일에 맞춰 순직자 소속 관서에서 소방청장의 위문품과 서한문을 직접 전달하는 순직 유가족 위문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립묘지법을 개정해 1994년 이전 순직하거나 30년 이상 장기 재직한 소방공무원이 군인과 마찬가지로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했다. 순직자 유족의소방기관 및 산하단체 우선 고용기준 등도 마련했다.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적어도 현장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감안한 내용임은 틀림없다.

 물론 소방관의 처우와 작업 환경을 당장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무리일 수가 있다. 그렇지만 소방관은 국가 안전과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자들이다.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하면 그들을 위한 지원치고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임무 수행 중 생명을 바친 소방관과 유족에게는 합당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더 희생되지 않도록 지금의 대책을 수정·보완하는 것이 옳다. 우선 화재 안전 대응 지침과 조직 구조 및 지휘 체계 등을 점검해 제대로 된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인명 수색 로봇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 등 소방관 안전을 위한 필수 장비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 이번에도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앞으로 무슨 약속을 한들 믿음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참사 때마다 반복됐던 지원 약속이 이번만큼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울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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