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남구를 대표하는 하천인 여천천이 사계절 꽃으로 뒤덮인 도심 속 정원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여천천 정원화 사업은 총 10억원 들여 주민밀착 공간인 산책로 4㎞ 구간에 대해 목향장미와 붉은 인동을 활용한 빅플라워 커튼, 숙근초·구근정원 등을 조성해 계절별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구청 직원들은 물론 지역민들도 그동안 천편일률적이고 고정화 된 산책로 주변을 정원화해서 '쾌적하고 아름다운 남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무엇보다 하천 주변의 환경정비는 주민 삶의 질 차원에서 반드시 실행돼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도시경관은 물론이고 악취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기도 해 민원해소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정원화 사업은 모두 6개 구간으로 구분해 조성된다. 우선 소정교부터 우방유화아파트까지 약 2.5㎞ 중 초화류를 심을 수 있는 1.3㎞ 구간에 다음달 말부터 5월까지 개화하는 목향장미 1,000그루와 붉은 인동 130여 그루를 심는다. 소정2교부터 산업로까지 하천변 양쪽 둔치에 5월까지 개화하는 갓 파종을 심고,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파종한다. 이어 올해 여천3교에서 동평교까지 물에 강한 식물인 구근을 이용해 수선화와 크로커스, 샤프란을 함께 심어 정원을 꾸미게 된다.

도시경관·악취 불편해소 등 민원해소 탄력

 특히 침수 시기를 벗어나 개화하는 높이가 낮으면서 화려한 초화류를 선정해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남구는 지난해 시범 식재를 통해 침수에 강한 수종을 선별하기도 했다. 또 여천천 하천 인근 회색빛 옹벽에 목향장미와 붉은 인동을 심어 1.3km 구간에 빅플라워 커튼을 칠 예정이다. 또 하천 주요 진입구간 6곳에 소규모 정원을 조성하고 구간마다 버베너를 심고, 유화교에서 산업로까지 약 1.5㎞ 구간 중 침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제방 위쪽으로 가자니아와 가우라와 같은 숙근초를 심어 산책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원 조성 후 유지관리 문제다. 이번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SK케미칼 등 여천천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10개 기업체 및 단체들과 협력해 책임관리 구간을 지정해 주기적인 정비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정원도시 남구를 위해 기업들의 지발적 동참을 핵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수해 발생 시 피해 및 복구비용 등 하천에서 정원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대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화려했던 정원 식물의 아름다움은 폭우와 함께 쓸려나갈 수 있으며, 멋지게 조성된 산책로와 광장은 퇴적토와 함께 매몰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10개 기업체·단체 협력해 주기적 정비 추진도

 또한 하천생태계의 교란과 훼손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하천 생태계는 워낙 민감해 작은 교란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하천부지의 활용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에 존재해야 할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를 뭉개고, 개체수와 종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천'을 '정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원'으로 불리는 건 바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다양한 대상물의 도입에 대한 '너그러움'을 주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훼손의 명백한 원인으로 작용되기도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하천에 대한 인식이다. 하천은 인공자원이 아니라 자연자원이라는 점이다. 인간과 도시의 생태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하천이 지녀야 할 맑고 풍부한 물과 하천 고유의 생물과 식물이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하천정원화사업이 이러 모든 것을 감안해 첫 단추부터 잘 꿰야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더불어 기존의 지역별로 흩어진 소규모 공원도 통합 관리를 통해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도 시급히 요구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