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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선 울산서여중 교사
허인선 울산서여중 교사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개념 중에 요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MZ세대가 있다.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MZ세대 다음 세대는 뭐라고 부를까? 

 바로 우리 아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알파(Alpha) 세대라고 한다. 알파(Alpha) 세대란 2010년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로 현재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지O야~, 헤이 카O오!' 등의 소리를 들으며 자랐기에 그들에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환경이 숨 쉬듯 익숙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우리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인생의 절반을 스마트폰이 없는 환경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우리는 그들과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정마다 스마트폰과의 전쟁이다. 

 부모들은 스마트폰 시간을 제한하려고 하고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인스타, 페북을 통해 쉬지 않고 세상과 연결되려 한다. 하지만 사실상 스마트폰을 이미 활용한 경험이 있는 사춘기 청소년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관련해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협상하며, 대화하려는 노력이 쉼 없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없이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여가 시간을 보낼 방법이 무엇일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필자는 '가족 문화 만들기'를 추천한다. 

 가족 문화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이미 풍부한 가족 문화가 많이 있는 가정도 있을 것이고 꾸준히만 한다면 어떤 가정이든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가족 문화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저녁 먹고 산책하기, 자기 전에 모든 일과를 끝내고 가족 모두 책 읽기, 주말마다 도서관 가기, 주말마다 팝콘 먹으며 영화 보기, 한 달에 한 번씩 캠핑하기 또는 여행가기, 부모님과 함께 봉사활동가기 등 다양한 것이 있다. 

 이러한 가족 문화 만들기는 어린애부터 중학생이 있는 가정까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가족 문화 만들기를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가족 문화는 부모님이 접근하기 편한 것으로 해야 한다. 한쪽 부모라도 여행을 좋아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양쪽 부모 모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행을 가족 문화로 삼는다면 정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어떤 것을 가족 문화로 삼기로 했다면 정착 초반에는 꾸준히 해야 한다. 우리 가정 같은 경우는 책 읽기를 가족 문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저녁 시간마다 책을 1쪽(1장이 아니다) 이상 읽기를 하면서 이를 100일 미션으로 삼았다. 둘째 아이가 7세까지 글을 읽지 못했기에 둘째는 큰아이가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이 장면들을 사진으로 찍어 포토북으로 만들었다. 포토북을 만들 때는 사진을 콜라주 해서 올리고 제목은 '1일차, 2일 차...' 이렇게 하고 아래 문구는 '화이팅' 이런 식으로 매우 간단하게 해서 30초 이내로 매일 올릴 수 있게 했다. 쉽게 만드는 것이 지속적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날은 가족 구성원 중의 한두 명이 못 하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그냥 지나가고 남은 가족 구성원이라도 했다. 뭐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일을 모두 채우면 포토북을 출간하고 케이크를 사서 우리끼리 파티를 했다. 

 우리 가정은 100일을 채우면 무료로 출간해 주는 포토북을 이용했는데 다양한 사이트들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을 하면 될 것 같다. 

 이런 노력을 거듭한 결과 우리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책을 펼치는 아이들로 성장했다. 내가 엄마로서 특별히 잘한 것이 없지만 이런 것은 참 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에 캠핑이나 여행을 가족 문화로 만들고 싶다면 그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좋다. 캠핑한 것만 따로 모아서 사진첩을 만들면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셋째, 가족 구성원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어리다면 부모님이 다소 강압적으로(?) 어떤 가족 문화를 만들어도 따를 수도 있지만 고학년 이상, 그리고 중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은 부모님이 하자는 대로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이런 것들을 하는 게 어떨지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거부하면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의견을 구한다. 때로는 부모님이 생각하기에 황당한 것을 권할 때도 있을 것이다. 가령, '함께 게임하기'를 권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일단 수긍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구석에서 혼자 하지 않고 함께 해준다는 것에 감사하며 같이 해보는 것이다. 게임하는 방법도 묻고, 어떻게 하면 레벨업을 할 수 있는지도 묻는다. 그러면서 사춘기 자녀와 말문을 트는 것이다. 그렇게 좀 하다가 부모가 원하는 것을 가족 문화를 은근슬쩍 같이하자고 하면 된다. 

 넷째, 가족 문화는 즐거워야 한다. 이는 지속하기 위해 필요하다. 주말에 함께 도서관 가기를 하면 가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사 먹으면 어떨까, 그리고 1주일에 한 편씩 영화 보기를 한다면 팝콘 먹기를 할 수도 있다. 부모도 아이도 어느 정도는 즐거워야 이를 꾸준히 할 수 있다. 

 그리해 가족 문화가 정착된다면 다른 보상이 없더라도 이를 실행하려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속된 가족 문화가 정착된다면, 게임에 빠진 아들이라도 '산책하러 가자' 했을 때 잠시 투덜대더라도 스마트폰을 놓고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늘 해오던 가족 문화를 하면 말을 하지 않는 사춘기 자녀와도 말문이 트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효과들 말고도 가족 문화를 지속한다면 부모들이 진정 원하는 정서적 유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이밖에도 부모 자신도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허인선 울산서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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