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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항등표.
한산항등표.

한산도는 한산면의 주도이자, 한산대첩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추봉도(秋蜂島)에서 북서쪽으로 0.5㎞ 지점, 통영에서 동남쪽으로 약 2.4㎞ 지점에 있다. 면적은 14.72㎢이고 해안선 길이는 30.0㎞이다. 한산도는 통영시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큰 섬이며, 한산면의 29개 유·무인도 중에서도 가장 큰 섬이다. 동쪽은 거제도, 서쪽은 미륵도, 북쪽은 고성반도, 남쪽은 용초도(龍草島)·추봉도·비진도(比珍島) 등에 싸여 있다. 추봉도와는 연도교인 추봉교를 통해 연결된다.

 한산도라는 명칭은 섬에 큰 산이 있다는 데에서 한뫼(큰뫼)라고 부르던 것이 한산으로 변하였다고 전해진다. 또는 통영 앞바다에 한가하게 떠 있는 섬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한산도는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 이번에는 바다 위에 있는 등대를 만나기 위해 배를 탔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한산도까지는 뱃길로 25분 거리, 거북선등대 한산항등표는 바다 위에 세워져 있다. 내륙이 아닌 바다 위 암초가 있는 곳에 세워진 등대를 등표(燈標)라 부른다. 썰물일 때는 암초가 보이지만 밀물일 때는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오가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 등표를 세우는 것이다. 

 한산대첩 승전 바다에 세워진 거북선등대는 60년이 좀 넘었지만 역사가 있는 등대에 포함된 것은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를 쓰던 제승당의 수루 한산도대첩이 일어난 역사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거북선등대는 1592년 8월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거북선 디자인을 도입하여 암초 위에 세워졌다.

 한산도 대첩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이다. 1592년 4월, 조선을 침략해 임진왜란을 일으킨 일본은 부산진과 동래성을 장악한 뒤, 순식간에 한양까지 진격했다.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던 조선의 군사들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신립이 이끄는 결사대가 탄금대에서 신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에 패한 뒤엔 한양마저 왜군의 손에 들어갔다. 불과 20여 일 만의 일이었다. 이로 인해 조선의 제14대 임금인 선조는 평양성을 거쳐 의주까지 피난을 가야 했다. 

 전쟁 초기에 일본군이 기세를 올리며 한반도를 점령해 가자 나라의 운명이 위태로워졌다. 하지만 이때 한반도 남쪽바다에서 승리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옥포, 당포, 당항포, 율포 등지에서 일본 수군을 물리쳤던 것이다. 

 일본은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 거듭 패하자 병력과 함선을 한데 모아 조선 수군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에 이순신은 많은 수의 적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는 한산도 앞바다가 싸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본 수군을 그곳으로 유인했다. 

 일본 수군이 한산도 앞바다에 나타나자 조선 수군은 함선을 학의 날개 모양으로 펼친 뒤 함포 공격을 퍼부었다. 돌격선인 거북선은 혼란에 빠진 일본 수군의 진영을 휘저었다. 일본 수군은 조선 수군의 거센 공격에 우왕좌왕하다가 47척의 배가 바다에 침몰되고 12척을 빼앗긴 채 물러나고 말았다. 

 한산도 대첩은 전쟁 상황을 바꾸어 놓은 매우 중요한 전투였다. 육지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던 일본의 기세가 크게 꺾였고 조선은 다시금 대열을 정비해 일본과 맞설 수 있었다. 한산대첩이 없었다면 임진왜란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생각만으로 아찔하다. 

이지원 수필가
이지원 수필가

 배를 타고 다시 통영으로 나간다. 한산도로 들어갈 때는 거북선등대 아래 암초가 드러나 있더니 나갈 때 보니 등대만 우뚝 서 있다. 마치 물아래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 등대가 없다면 오가는 배들의 안전에 위험이 따를 것이다. 세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암초들을 이와 같이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바다는 430여 년 전, 한산대첩이 일어난 역사적인 바다다. 역사도 흐르고 바다도 흐르고 사람도 흘러 이 시대가 되었지만 역사는 고스란히 현장을 남기고 그 바다 위에 세워진 거북선등대는 하나의 등대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다시금 되새기고 일깨워야 할 이유가 있다. 역사의 현장 한산 바다에서 백성을 버리고 피난 길에 올랐던 무능한 임금과 한산도 대첩에 빛나는 명장의 지도력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등대 한산도등표: 불 밝힌 날 1963.12.30, 등대 위치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두억리·염호라 해상, 등대 높이 13m. 이지원 수필가·등대기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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