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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을 우려하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방안'(한요셉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55~64세 임금근로자 가운데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34.4%라고 밝혔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33.2%, 여자가 35.9%로 OECD 평균(남자 8.2%·여자 9.0%)의 4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2위인 일본과도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고 한다. 임시고용은 기간제, 파견 및 일일 근로자 등을 일컫는 것으로 정규직에 비해 불안정한 고용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55~64세 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아
 연령별 근속연수 중위값을 보면 이같은 현상이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남성 임금근로자는 40대 중반 이후 근속연수 증가세가 멈췄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적 최소 정년인 60세 이후 급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건 현 직장에서 일하는 기간이 짧은 노동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얘기다. 또한 1년 이하 근속자 비중도 남성은 40대 중반,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고 한다. 

 장년층의 임시직 비중이 높은 것은 40~50대 근로자들이 빠른 속도로 직장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근속연수 비교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 남성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는 40세에 5.3년으로 미국의 5년보다 길지만 50세에는 7년으로 미국의 8년보다 짧다.

 이처럼 중장년층 정규직이 부족한 배경에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높아질 때 임금 상승률은 평균 15.1%였다. 이는 비교 가능한 OECD 2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규직 임금의 경직성과 함께 작동하고 있는 강한 정규직 고용 보호도 다른 나라보다 중장년 정규직 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거론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또 하나는 현 노동시장의 구조가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을 심화하는 원인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출산·육아로 정규직 일자리를 떠나면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출산·육아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저출산 절벽의 원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임금 연공체계 개선·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구조개혁 시급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은 낮은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이어진다는데 있다. 정규직으로 한 직장에 오래 머무르는 근로자는 높은 임금과 정년까지의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어떤 이유로든 기존 직장을 이탈한 중장년층 근로자는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높은 임금 연공성과 결합된 강한 고용보호와 이른 정년은 비록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노동시장 차원에서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임금 연공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게 국책연구원의 제언이다. 우선 공공부문이 선도해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 이후로는 연공 서열에 의한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비롯해 구직급여 재설계 등 고용안전망 강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4차 산업혁명 등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점진적 개혁 방식으로 노동 유연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노동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저성장 고착화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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